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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Jul 28. 2024

타짜 수업

재미있는 교육활동

짝짝짝… 이리저리 잘 섞은 화투를 손에 들고 여러 번을 섞기 위해 치신 후 내 앞에 내미신다.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던 나는 손에 벅찬 만큼의 화투를 떼어 담요 위에 놓는다. 잠시 후 나에게 주어진 화투를 집어드니 여러 가지 그림들이 손안에 펼쳐진다. 조금 전까지 화투 전체를 바닥에 놓고 짝을 맞추는 연습을 여러 번 했다. 단풍밑에 서있는 사슴, 파란 리봉이 달린 단풍, 단풍 이파리만 있는 껍데기 두 장 하며 머릿속으로 되내며 외워본다. 화투로 매일 하루 운을 떼어보시는 엄마는 혼자 심심해하는 나에게 타짜 조기교육을 시작하셨다. 


엄마는 한참 동안 같은 짝끼리 맞추는 것을 가르치신 후 화투 한 장을 들어 보이시며 “이것이 뭐지?” 하며 물으시는 것이었다. 혼자 가만히 생각하면 알 것도 같은 그 화투짝이 엄마의 질문에 온통 머리가 혼비백산해지며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대충 찍어서 “이것?” 하면 대부분의 경우 엄마의 손바닥이 내 뺨을 강타하는 것이었다. 엄청 아프게 때린 것은 아니지만 뭔가 스파르타식 조기교육이었다. 이렇게 나는 유치원을 들어가기 전부터 화투 조기교육을 받았다. 아마 타고난 소질이 조금이라도 받쳐주었다면 난 영락없이 타짜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화투에 소질이 없는지 조기교육을 통해 갈고닦은 화투실력은 지금까지 활용을 못해봤다. 겨우 짝을 맞추는 민화투에서 조기졸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따귀를 맞으면서도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그 좋은 감정은 지금까지 가슴속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엄마는 그렇게 늘 나를 엄마가 하시는 일이나 놀이에 끼워주셨고 책임을 맡기어 주셨다. 또한 입버릇처럼 “너는 믿을 수 있다”라는 엄마의 말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조기교육의 가장 기본은 아동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과 꾸준하게 반복되는 활동을 통해 아동이 그 일에 숙달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어른의 칭찬은 평생을 좌우할 중요한 에너지를 저장하게 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에게는 이 기본법칙이 더욱더 중요해진다. 일상 중에 자주 일어나는 일들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일이고 그 일들을 매번 직접 스스로 해결해 보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인지능력이 부족한 아동에게 중요한 기능과 기술을 쉽게 익히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녀가 다른 아동들에 비해 언어나 걷기, 또는 신체적 발달이 뒤지는 것 같으면 장애가 있고 없음을 결정되기 전부터 엄마표 조기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울 교육내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기회를 통해 경험하게 하는 것이 조기교육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이며 자녀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다. 특별하게 뭔가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부모와의 일상생활 중에 반복되고 활용되는 기술을 스스로 실천하게 해 주고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생활능력이며 자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내가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도움을 찾아내고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오늘 저녁에는 박사과정에 있는 제자의 요청으로 벨리즈(Belize)라는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조그만 나라의 장애인 부모들을 위한 강의를 줌(Zoom)으로 했다. 당연히 많은 부모들은 장애아동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목매고 있다. 특수교육이 장애아동의 학업면을 담당한다면 행동수정은 학업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수정하여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다. 부모나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부적절한 행동을 없애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늘 고민을 한다. 내가 하는 강의는 부모가 어떻게 뭘 해서 자녀의 행동을 고치는 가에 중점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모의 질문이 뭔가 만국 공통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 같았다. 한 9살짜리 아동이 학교에서 오전수업만 끝나면 집에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는 것이다. 나는 오후 수업시작을 그 아동이 아주 좋아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시계를 보여주면 몇 시까지 있어야 하고 엄마가 데리러 오는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 답했다. 부모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은 자녀를 바꾸려고 하는 행동보다 다들 힘들어한다. 행동을 바꾸는 기초적인 방법은 "하지 마"라는 제한의 숫자가 적어야 하고 단호함과 일관성이다. 제한 너무 많으면 무시하게 되고 그것은 오히려 문제행동을 키우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쉽게 부모들이 자신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안타깝다. 


엄마의 타짜 조기교육은 일단 어른 일에 관심이 많을 아이에게 신나는 일이고 형용색색의 화투장 그림은 관심을 끌기에 좋은 교재였다. 같은 그림끼리 짝짓기, 화투에 관련된 단어와 숨은 이야기 배우기, 점수게산하기, 어른과 대화하기, 그림 그리기, 엄마로부터 "믿을 수 있어"라는 최고의 칭찬이 버무려진 조기교육은 읽기나 산수등이 다양한 활동이 복합된 학습일 뿐만 아니라 훨씬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것이다. 앞으로 조기교육과 학교교육이 더욱 재미있게 짜여서 아동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교육이 되면 좋겠다. 당연히 "재미"는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개별화"된 활동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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