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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가남여 May 29. 2023

동카름

제주 동쪽의 나즈막한 낙지볶음 맛집.

"지나가男女"의 지나가는 이야기


'지나가 女'의 시선


지인이 제주 동쪽 맛집을 물어본다면 주저없이 손꼽는 곳이다. 

제주로 이주한 2017년 부터 다닌 단골집이다. 제주의 나즈막한 돌집을 개조하여 만든 아담한 식당으로 천정고가 낮아 아늑한 느낌이다. 신촌 포구가 창밖으로 보여 아~ 여기가 제주구나~ 하는 비주얼이다. 


메뉴는 낙지볶음 단일 메뉴이다. 맵기 조절이 가능해서 아이들과 함께 가기도 하지만, 역시 낙지볶음은 매콤함이 인지상정 아닐까? 윤기 흐르는 고추기름에 물기 하나없는 꾸덕한 고춧가루는 비주얼에서 벌써 입맛을 돋운다. 무엇보다 통통한 낙지를 한입 베어 물면 물기 가득 촉촉하고 부드러운 낙지가 씹힌다. 질긴느낌 하나도 없이 적당한 쫄깃한 식감이 나한테는 딱이다. 낙지 씹다가 턱 아플일은 없다. 


처음 먹을때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가 참 인상적이였다. 이게 된장찌개라고? 건더기도 별로 없고, 이 정도면 국 아냐? 맛도 좀 시큼한데?... 수도없는 물음표를 달아가며 연신 숟가락질하기 바빴다. 처음 접했을 때의 물음표는 오간데 없고, 이제는 자꾸 생각나는 된장찌개가 되어 버렸다. 

찌개라기엔 좀 멀건 것이 농도가 국에 가깝고, 주로 들어가는 건더기는 딱새우에 무우가 몇조각 들어가 있다. 제주에 살게 되면 된장찌개를 끓일때 딱새우를 한번쯤은 넣어보게 되는데 아마 약간 시큼했던건 이 딱새우때문이 아닌가 싶다. 


꾸덕한 낙지볶음과 멀건 제주식 된장찌개는 정말 찰떡궁합이다. 매콤한 낙지볶음에 멀겋고 시원한 국물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나오는 미역냉국도 괜찮은 조합이지만, 이 된장찌개는 따라올 수가 없다. 


먼저 양념안에 숨어있는 소면을 들추어 슥슥 비벼 한 입 후루룩 들이킨다. 

참기름이 더해진 밥위에 김가루를 뿌려 아무런 양념이 되어 있지 안은 데친 콩나물과 낙지를 올려 한입 먹어보자!!! 









 

'지나가 男'의 시선


제주생활 시작을 같이 한 식당이라 말할 수 있다. 제주 식당중에서 가장 많이 간 곳이기도하고, 그 이유도 충분할거라 감히 말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2017년 제주 신촌리에 정착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촌리 바닷가쪽 좁은 골목에 뜬금없는 식당이 생겼다. 구옥을 리모델링해서 천장이 낮아 출입구에서 이마를 찧은게 한두번이 아니고  공간에 비해 테이블 갯수가 많아 테이블 간격이 극도로 좁아 터진 곳이다. 키가 큰 사람은 구겨져서 먹어야 하고 옆 테이블의 소소한 얘기도 같이 들어줘야 한다. 게다가 메뉴 또한 그닥 제주스럽지 못한 낙지볶음집이다.


발빠른 학부모에게 들은 “그집 괜찮더라”에 혹해서 첫 방문을 했다 . 반갑게 맞아주시는 세상 인상좋은 남자사장님과 어머니. 밑반찬은 작게 썰은 깍두기, 오이미역 냉국, 데친 미역과 콩나물 반찬이 깔리며 김가루가 테이블마다 비치가 되어있다. 그리고 조금 후에 기름 살살 두른 넓은 그릇의 공기밥에 된장찌개와 소면을 품은 낙지볶음이 나온다.  우선 이 된장찌개는 딱새우가 들어간 된장국물 같은 연한 찌개이며 약간의 시큼한 맛도 나는 뭔가 상한것 같은 생전처음 먹어보는 된장찌개였다. 후에 딱새우가 들어간 제주식 된장찌개가 이렇게 슴슴하고 시큼한 맛을 낸다는것을 알게되었고 먹다보니 이집 된장찌개에 중독이 되어버렸다. 


낙지볶음은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 상황이 된다면 아이들은 빼고 어른들만 가서 보통맛으로 먹기 바란다. 덜 맵게 먹으면 낙지볶음의 진가를 맛보기 힘들다 . 넉넉한 양념에 빠진 낙지는 정말 야들야들하며 먹다보면 매번 과식이다. 기름 두른 밥에 김가루를 뿌리고 슴슴한 미역과 콩나물을 넣고 낙지와 양념을 비벼서 한숟가락 듬뿍 먹고 된장찌개와 냉국을 번갈아 한번씩! “동카름은 사랑입니다.” 

소면 추가도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맛과 분위기 괜찮은 가격과 친절까지...

약간의 불편함 조차 모든게 차치 될 정도로 근사한 맛을 가진 낙지볶음집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포구의 바다뷰는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이며 곳곳에 제주제주한 소품과 돌담에 둘러쌓인 작은마당 또한 그 매력을 더한다. 그리고 화장실이 예상밖에 깨끗하고 감성적이다.   


제주 동쪽에 방문하신다면 꼭 한번 맛 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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