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떠나는 해외여행
코로나가 진정이 되고 해외여행길이 풀리고 있을 즈음~ 떠나지 못해 병에 걸렸던 남편이 거창한 여행 계획을 가지고 왔다. 거창하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거창한 여행계획이라는 것은 2주동안 치앙마이에서 살아보자는 것! 진짜 알맹이 계획은 이제부터 세워 보자는 것!
솔직히 나는 건성으로 오케이를 했다. 우리에게 여행은 길어봐야 닷세였기에 2주 여행은 "진짜 가겠어?" 그냥 말로만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진짜 잊을만 하면 비행기도 알아보고 잊을만 하면 숙소도 알아보다가 결국 예약까지 하고 나니 아~~ 진짜 가는구나 싶었다.
큰 아이는 겨울방학 내내 서울에 있었던 터라 작은 아이와 우리는 김포공항에서 상봉하기로 했다.
아침 9시쯤 제주에서 출발해서 1시반쯤 김포공항 지하철역에서 큰 아이를 만났다. 거의 한달 반만이... 아니구나 설날에 봤구나... 왜이렇게 오랜만에 보는것 같은지... ^^
지하철타고 인천공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드디어 5시 비행기 이륙해서 태국시간으로 밤 9시 반쯤 도착했다. 몇 주 전에 넘어져서 고장난 허리와 꼬리뼈 골절은 고역의 5시간 비행을 선사했다. 너무 힘들었... ㅜㅜ
치앙마이 공항에서 짐을 찾으려고 서있는데 여기저기 보이는 꼬부랑 글씨들이 보인다. 예전에는 영어를 꼬부랑 글씨라고 했는데 영어는 명함도 못내밀정도로 꼬부랑 글씨다. 우리가 진정 해외에 있구나 싶은 순간이였다.
무려 30분이나 걸려 짐을 찾고, 택시를 타기 위해 1번 출구를 찾았다. 가던 방향으로 쭉 가면 나올거 같은데 남편은 굳이 어떤 부스에 서있는 남자에게 택시를 타야하는데 1번 출구가 어디있냐고 물어본다. 남자는 자기한테 말하면 택시 불러준다며 뭐라고 한참을 말했다. 얼마냐고 했더니 400바트를 부른다. 흐흐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구만...시작부터 눈뜨고 코베일뻔했다. 우리는 200바트로 알고 왔는데... 단칼에 쏘뤼~~하고 다시 원래대로 1번 출구에 가서 무슨 전표같은걸 받고,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택시를 탔다. 아.. 그런데 태국 택시는 다 이런가? 택시따위가 이렇게 휘황찬란한 일인가? 이렇게 격하게 우릴 반겨준다고? ㅋㅋㅋ 나중에 알았지만, 그 택시만 유독 화려했다.
우리는 제주를 출발해 무려 14시간을 이동하고야 치앙마이에 있는 우리 숙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딱 봐도 저질체력인 우리 가족은 피곤에 쩔어 있었다.
드디어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첫번째 숙소!
치과 옆에 아담한 독채로 사용하는 숙소였다. 숙소에서 보이는 곳에 빨래방도 있고, 2~3분 거리에 세븐일레븐도 있고, 슈퍼도 있고,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저녁도 못먹고 쫄쫄 굶은 터라 짐을 대충 풀고, 근처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사가지고 왔다. 지인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반찬을 보내줘서 함께 먹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반찬이 태국음식에 적응 못한 남편의 구세주가 될 예정이였다.
숙소는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는데, 우리랑 생활 습관이 달라서인지 몇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7박을 해야하는데 커다란 샤워타월 딸랑 4장만 제공되었다. 중간에 한번 교체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이 큰 수건 딸랑 4장을 7박동안 어떻게 쓰라는건지 참 난감했다. 건조할 수 있는 건조대같은거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샤워한번 하면 세탁해야하는데 네명이서 하루 쓰면 없어질 분량이다. 게다가 더우니 땀도 많이 흘려 매일 샤워각인데 말이다. 차라리 작은 수건 여러장을 주면 좋으련만...
그리고, 호텔처럼 집안에서 신발신고 다니는 방식인데 슬리퍼가 따로 있는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욕실에도 슬리퍼가 없어 도대체 어떻게 씻으라는건지 난감했다. 다음날 동네 가게에 가서 욕실용으로 사용할 슬리퍼 두개를 사서 2주 내내 사용했다.
결론은 치앙마이 여행을 할 생각이고 숙소를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면 작은 수건 몇장정도 챙기고, 슬리퍼도 챙겨가면 좋을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수품이 있다. 샤워기 필터다. 물이 안좋다는 얘기 듣고 샤워기헤드와 필터를 다섯개 챙겨갔는데 생각해보니 욕실이 두개라 샤워기 헤드도 두개는 챙겼어야 했다. 욕실이 두개여도 네명이 한군데 욕실만 사용해야만 했다. 뭐 그냥 대충 씻으면 안되나? 싶겠지만, 샤워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샤워기 필터 색깔을 보면 절대 그냥 씻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필터를 보니 양치는 그대로는 못하겠어서 생수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