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소를 키웠다.
비싼 소를 많이 키운다면 쇠죽 쑤는 일도 신바람이 나겠지만 그녀가 키우는 소는 한 마리였다.
소 한 마리는 수도를 연결할 가치가 없었던 탓에 외양간에는 수도가 없었다.
오전 6시.
그녀는 외양간으로 간다.
한 겨울이면 이 한 마리 때문에 꽁꽁 언 물을 깨어
언 물에 짚을 넣고 쇠죽을 쑤는 일을 해야 한다.
작은 외양간 그 한쪽 구석에 작은 가마솥을 걸어놓고
쇠죽을 쑤는 일을 할 때면 이러고 있는 자신에게
한숨이 나왔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의 한숨이 그녀가 존재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 같아 좋았다.
그녀가 쇠죽을 쑤어 구유에 부을라 치면 소는 혀를 내밀었다.
그 혀가 얼마나 긴지 그 혀를 보는 재미에 구유에 쇠죽을
한꺼번에 붓지 말고 조금씩 부어 소의 혀를
여러 번 보자며 나는 늘 그녀를 졸랐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일이 못마땅한데 그깟 소 혀를 보겠다는
나를 위해 그녀는 그렇게 해줄 리가 없었다.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구유에 퍼부어 버리는 쇠죽을 보며
나는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20여 년이 지난 후
그녀는 그렇게 한숨을 뱉으며 쑤었던 쇠죽 따위는 쑤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떠났다.
그녀가 떠난 후 빈소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그녀를 따라 일어났던 오전6시가 되니 배가 고팠다.
그녀를 보내는 그곳에 식사로 나온 설렁탕.
설렁탕에 고기가 한가득이다.
맛있게 먹다가 국을 퍼주는 사람에게 고맙다 인사를 했더니 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저 먼데 가뿐 할매 손녀라캐가 고기 마이 넣었데이!"
_ "맞습니꺼. 고맙심더. 근데 이 국에 드가 있는 이 고기는
어데 고깁니꺼?무슨 부위길래 이래 맛있습니꺼?."
"아이고. 무울 줄 아네! 맛있제? 그거 우설아이가!
소 혓바닥! 와? 징그럽나? 캐샀치마라. 그거 비싸서 못 묵는기다! 비싸서! 마이 무라!"
그녀에게 보고 싶다고 졸라대던 소의 혀를 씹으며
이제 내게는 그녀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제서야 쏟아지듯 내뱉어지던 곡 소리에
모두가 목 놓아 울며 그녀의 가는 길을 슬퍼했다.
그녀가 내뱉던 한숨이 그립다.
이제는 쇠죽 따위는 내가 쒀 줄 수 도 있는데
그녀는 없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 우리가 만나게 되면 쇠죽 쑬 일이 있을까? 그땐 내가 쑬게. 할머니는 앉아 계셔.
내가 우리 할머니 많이 사랑해. 보고 싶어요."
네이버 출처 사진_ 포토그래머 최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