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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쌤 Apr 04. 2023

엄마의 도마도

_ 저녁 밥상

1

3월.

토마토가 사시사철 나긴 하지만 그래도 비싼 3월.

비싼 몸 값을 지불해서라도 봉투에 그득 담아 오늘도

토마토 장을 본다.

집에 가져와 풀어내어 토마토 자태를 본다.

세상 뽈그스레한 것이 베어 물 상상을 해보아도 그렇지 내 입맛에 딱인 채소다.

하나를 들어 입에 물고 나머지 토마토들을 퐁당퐁당 씻고 있으면 날 닮은 내 새끼들이 나와 자기네들도 주라면 손을 뻗고 입을 연다.

그 모양새가 좋아 나는 비싼 토마토를 또 그득 사게 될게 뻔한 행복이다.


2

엄마는 그날도 큰딸이 좋아하는 도마도를 싸게 사러

도마도를 재배하는 동네에서 15 거리인 비닐하우스에 간다.

엄마는 토마토를 도마도라고 부른다.

그렇게 듣고 자란지라 어쩐지 마트산 토마토 보다

비닐하우스산 도마도가 내 귀에는 더 맛나다.

비닐하우스에는 초록색 덜 익은 도마도를 수확한다.

이렇게 수확해야 팔 때 제 값에 팔린단다.

그러니 도마도 줄기에 달려 오래 매달린 채 익은 도마도는 상품가치가 없다.

그것을 사러 엄마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도마도 파품을 사러.

파품 중에서도 볼그레하게 동글게 생긴 건 값이 더 나간다.

그중 엄마는

호박보다 못생긴 큰 도마도 만 그득 들어있는  바구니에

선다.

그것이 엄마의 큰딸 몫인 것을 알아차리긴 했지만

그날따라 왜 그리 그 못생긴 걸 사는 엄마가 싫었는지

한마디 하고 마는 나 다.


"엄마, 나는 이제 도마도 안 물란다!"


세차게 얘기한 보람도 없이 엄마는 그저 힐끗 나를 쳐다보고는 그 못생긴 도마도를 뒤진다.


"엄마, 내 안 묵는다니까! 그냥 가자니까! 싫다고!"


엄마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고른다.

그러고는 값을 치르고 그 비닐하우스를 나왔다.


"아 왜 내 말 안 듣는데! 내 안 묵는다고! 나는 인자 절대로 도마도는 안묵는데이! 엄마 혼자 다무라!"


그 길에서 8살짜리가 못되게도 소리를 쳐댄다.

한대 줘 패야 속이 시원할 듯하게.

가다가 넘어져서 뜨거운 맛을 봐야 할 정도로 버릇없게.


3

엄마의 손이 까맣다.

연탄이라도 만진 것 마냥.

왜 그랬을까 생각도 하기 싫었다.

파품 중에 파품을 사 온 엄마가 미웠다.

딸아이의 생떼에도 엄마는 저녁 밥상을 푸짐히 도 차려냈다.

그 저녁 밥상에는 도마도 도 올라왔다.

도마도를 본 아빠는,


"이 무슨 도마도 고? 밥 무야지 도마도는 와 상그라왔노?"


_ "아~ 그기 아이고, 진아가  성질 피운다고 밥 안 묵을까 봐 도마도 라도 무라고 짤랐지."


나는 상위에 도마도를 보았다.

파품 중에  파품을 샀는데 상위에 올라온 도마도는

칼로 잘라졌어도 동글동글 볼그레한 예쁜 도마도 였다.

내가 도마도를 먹지 않으니 아빠가 보란 듯이 하나를 집어 자시며,


"도마도 이거 어디서 샀노? 잘생긴기 이거 안비싸드나?"


_ " 아니 아니 그거 파품인데.. 진아가 파품 사지 말라고 어찌 성질을 내는지 내가 그중에서 잘생긴 거 고른다고 손이 다 해지는 줄 알았다아입니꺼..."


엄마는 세척하지 않은 도마도 때문에 손이 까맣게 되도록

이쁜 도마도를 골랐나 보다.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미안하든지 도마도를 보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것을 보는 엄마는


"등신 맨키로 울기는 와우노! 퍼뜩 무라 맛있다!"


4

저녁 밥상을 차리는데 엄마께 전화가 왔다.


"진아, 니 좋아하는 짭짤이 도마도가 벌써 나온다카네.

제주도에 이틀이믄 간단다. 엄마가 비닐하우스에서 보고 그기서 바로 보낼라 카는데 집으로 보내까 니 일하는 학원으로 보내까?"


엄마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비닐하우스에 큰딸 주려고 도마도를 사러 가신다.

그날의 저녁 밥상처럼 모레쯤 우리 집 저녁 밥상에도 엄마의 도마도가 올라온다.


"엄마. 내가 엄마 보러 갈게. 우리 맛있는 저녁 먹으러 가요."


출처 _ 네이버 대저 싱싱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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