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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쌤 Apr 04. 2023

굿뱀 과 봄 파

어릴 적 그 봄날


1

요즘에는 모두 OTT를 이용해서 그런가

정작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는

크게 선호하여 볼 만한 게 없게 느껴진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 사이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은 그 옛날 방영되던 '전설의 고향'.

이무기가 주제인 편이 나와 그것을 흥미롭게 보고 있자니

예전 생각이 또 난다.

그러게 추억이 이렇게 또 생각되니 새삼 우습다.

갑작스레 생각난 '굿뱀'.

뱀의 하나로 보통 뱀보다 작으며,

흙구덩이 속에 모여 사는 뱀을 굿뱀이라고 하는데

나 어릴 적 살았던 시골 지역에서는 원래의 뜻과 상반되는

뱀을 '굿뱀'이라 불렀다.

이 굿뱀은 매우 길고 커 땅을 기는 게 아니라 날아다닌다고

표현을 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니 아마도 이무기를 뜻했던 듯도

하다.


2

봄이 되면 굿뱀이 잠을 깨고 나와

짐승들을 잡아먹는단다.

그런데 이  굿뱀은 짐승들만 잡아먹는 게 아니라

사람도 잡아먹는단다.

그중 여자와 어린아이를 가장 좋아한다니 신화 속에나 나오는 뱀이 딱 맞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는 굿뱀 이란 말만 들어도 무서웠으니 아예 굿뱀이 나 올 만한 장소에는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굿뱀이 나타날 때는 소리가 난단다.

꼭 지금의 황소개구리 소리처럼 흉내를 냈던 어른들이 생각난다.

굿뱀은 산에 살며 나물을 캐는 여자를 노린단다.

그러다 그날 사냥에 실패하면 어두운 밤에 마을로 내려와

우는 아이가 있으면 그 울음소리를 듣고 그 이이 집으로 가 그 아이를 삼킨단다.


그때, 그 시절 나는 잘 우는 아이였다.


3

이제 막 봄이 왔다.

봄은 왔지만 소꿉놀이에 쓸 풀은 아직 자라지 않았다.

들녘에 쑥들도 겨우 보이던 이른 봄.

흙만 퍼 밥만 짓자니 재미가 없다.

그러다가 눈에 띈 남의 집 텃밭에 뾰족이 나있는 파.

아무래도 저 놈을 뽑아 써야 재미가 날 것 같다.

파는 이른 봄에도 자랐다.

엄마가 '파'는 '봄 파'가 제일 맛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 소꿉놀이에 파를 썰어 놀아 볼 참에

남의 집 파 라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파를 잡고 뽑으니 쑥 뽑히는 것이 뽑는 재미는 말해 무엇하겠나.

나는 그렇게 뽑기 시작한 파를 작은 고랑이었지만

한 고랑이나 뽑았고 그것을 마구 썰어

소꿉놀이를 시작했다.

나는 몰랐다.

파를 썰면 눈물이 난다는 것을.


4

이 파 란 요놈은 나도 울리고 친구도 울렸다.

눈물을 닦으니 손에 매움이 눈에 묻어 눈물이 더 나니

이거 정말 낭패 났다.

낭패를 본 것은 나와 친구뿐이 아니었다.

그 파 주인 도 낭패가 났다.

내가 파를 뽑으면서 씨 뿌려놓은 밭을 다 헤집어 놓은  탓이다.

그 파 주인은 용케도 나를 찾아왔는데

그 밭은  큰 고모네 밭이었고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나는 큰 고모에게 엉덩이를 흠씬 두들겨 맞았다.

나는 내 잘못으로  맞으면서도 속으로

내 엉덩이를 때리는 고모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가을에 그 밭 대추를 다 따먹을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게 맞는다고 우는 게 아니다.

눈이 매워 죽겠는 거다.


5

고모 집으로 와 세수를 해도 눈이 매워

눈물이 그렁그렁 한데

고모는 내 심기를 더 건든다.


"아이고~~  굿뱀아 오뿌라! 여 우는 아 있데이~~~

가 물고 가뿌라~~~~  말도 안 듣는데 확 물고 가뿌라~~~~"


눈물은 나고 화가 나는 건지 서러운 건지 모르겠는 그 어디쯤의 감정에 어쩔 줄을 몰라 그저 계속 엉엉 울었다.

이때다 싶어 고모는 더 큰 소리로 말한다.


"굿뱀아 오뿌라~~~~  와가 우리 진아 물고 가뿌라~~"


그때 밖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순간 들리는듯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입을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나는 고모집에서 아침에 눈을 떴다.


6

전설의 고향을 다 보고 나니

밤 9시가 넘어간다.

그러고 보니 큰 고모 칠순 이  다가온다.

그렇게 다리, 허리 아프시다면서 매해 밭일을 하시는 고모.

고모는 올해도 파를 심으셨을까?

굿뱀을 부르던 큰 고모의 목소리가 기억나 웃음이 난다.


"고모 아프지 마셔,

올해 고모네 봄 파는 내가 살게.

나한테 파셔.

그리고 다음 해에는 파 심지 마셔.

파 심는 곳에 나랑 수선화 심어서

매해 나랑 그 들에  앉아 이쁘게 보게.

그리고 이번 봄 고모 칠순에 우리 예쁜 꽃 보러 가게."



네이버 블로그 발췌 _ 봄 파


네이버블로그 발췌_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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