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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이후 10년- 다가올 10년을 내다보며

[장영운의 오역]

by 마케터 장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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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Andrew Chen)가 새로운 CMO, 그로스 해커라는 글을 쓴 게 벌써 10년(!)도 넘었다.

그 글에서는 이런 예측을 했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기술이 더 중요해지고, 감성은 덜 중요해진다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드는 건 점점 쉬워지고 판매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대형 플랫폼의 등장 덕분에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한 번에 제품을 노출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당시에 이 글은 테크 업계에서 꽤나 바이럴이 되었고, 그 이후 뒤따른 그로스 해킹 트렌드에 꽤나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10년, 마케팅의 현황은 어떠한가?


풍요에서 빈곤으로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더 정확히는 앱스토어를 출시한 이후로 테크 업계에 풍요의 시대가 찾아왔다. 누구나 새로운 앱을 써보려고 했고, 지금 기준으로는 별거 아닌 앱들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새로운 앱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넘쳐나고 공급은 부족했다. 적당히 새롭기만 하면 큰 성과를 얻었다. (카카오톡 친구 초대 기능으로 한 시대를 지배했던 애니팡처럼) 사람들이 온라인 광고에 느끼는 피로감도 지금보다는 적었다. 이메일 광고, 배너 광고, 검색 광고, SEO 모두같이 괜찮은 광고 성과를 보이던 때였다.

시간이 흘러 2025년, 파티는 끝나버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재미있는 최신 앱에 관심이 없다. 사람들의 핸드폰에 설치된 앱은 출시된 지 최소 몇 년은 된, 검증되고 안전한 것들 뿐이다. 새로운 앱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다른 신규 앱들이 아니라 카카오톡, 유튜브,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현상을 '신기함 효과(consumer novelty)'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출시된 직후에는 신기하기만 해도 관심을 끌지만 점점 신기함이 사라지면 그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시 시작한다. 신기함 효과가 남아있을 때에는 업계 전체가 더 빠르게 성장한다. 입소문도 더 빨리 퍼지고, 회원 가입률도 높다. (모바일 앱은 신기함 효과가 사라졌고, AI 제품들은 신기함 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2025년 그로스팀 근황

아마 많은 그로스 팀에서 이런 변화나 한계를 직접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신생 스타트업에게 A/B 테스트가 의미 없어졌다

애초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의 유저를 확보하기 힘드니 A/B 테스트를 반복해서 PMF를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기성 스타트업에게 테스트의 성과가 줄어들었다

그로스 팀이 기를 쓰고 가설 수립, 테스트 설계, 테스트 실시, 결과 분석을 통해 지표를 조금 개선시켜 봐야 계절성, 점점 낮아지는 리텐션 같은 거시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많은 경우 광고비를 더 많이 사용하거나 가격을 할인하는 무식한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결국 그로스 팀이 할 수 있는 것은 유입 개선뿐이다

그로스팀의 업무의 본질은 반복되는 데이터를 통해 명확한 KPI를 증가시키는 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가입이나 매출 같은 실험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영역에서는 의미 있는 개선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종합적으로 결과가 나타나는 이탈률 등의 지표는 개선하기 어렵다.


그로스 테스트를 진행할수록 사용자 경험(UX)은 조금씩 훼손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로스는 단기 성과를 개선하는 데에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면 그로스 팀이 일을 열심히 할수록 단기 성과가 올라가며 장기 성과는 악화되는 결과가 생기곤 한다. 공격적인 과금 유도, 프로모션 제공은 이탈률, 영업 이익률을 조금씩 좀먹는다.


그로스도, 테스트를 통한 제품의 개선도 일단 제품이 충분히 크고 사용자들이 많아야 더 효과적이다. 그로스 팀은 초기 팀을 더 빠르게 성장시키기보다, 이미 충분히 큰 제품이 더 커지게 돕는 데에 효과가 있다. 그것도 장기적인 이탈률 감소에는 큰 도움 안 되고, 퍼널 위쪽의 사용성 개선에나 기여할 수 있다.

(역주: Growth의 대부라고 할만한 Andrew Chen이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놀랍다. 어느 정도는 그로스 직무의 패배 선언이라고 까지 느껴진다.)


혼란의 그로스 업무

또한 깨달은 것은 "그로스 해킹"으로 제품을 어디까지 뜯어고칠 수 있느냐는 그 제품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냐, 고객을 누구로 정의하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제품의 방향성을 바꾼다는 건 팀에 있어 굉장히 중대한 전략의 수정이다. 당장의 지표를 조금 높여보겠다고 제품 전략까지 건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업계가 '그로스'라는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

A/B 테스트, 통계적 분석 같은 멋진 단어들이 돌아다니지만 누가 그로스 업무를 담당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아 제품 담당자에게 그로스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 PM 면접에서 그로스 용어를 물어보는 일이 종종 있다보다.

더 나아가서 기존에는 영업이나 마케팅이라고 불리던 업무들이 내용은 그대로인 채로 이름만 그로스로 바뀌기도 한다. 코카콜라는 최근에 최고 그로스 책임자 (Chief Growth Officer)를 임명했다고 한다. 테크랑은 큰 관련 없는 회사인데도.


그로스의 미래

그렇다면 앞으로의 그로스는 어떻게 될까?

(사실 이 부분부터는 Andrew Chen의 뇌피셜에 가깝고 정교한 미래 전망이라고 보기 어렵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내용 중 두 가지를 다시 살펴보자.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드는 건 점점 쉬워지고 판매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대형 플랫폼의 등장 덕분에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한 번에 제품을 노출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AI 덕분에 위 두 명제는 더 힘을 얻었다.

밈과 비디오는 AI시대를 견인하는 두 축이 되었다. 앱을 다운로드하는 데는 신중하지만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는 데에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AI시대의 제품 성장은 잠재고객들이 서로 콘텐츠를 공유하는데에서 시작하게 될는지 모른다.


그로스 해커가 A/B 테스트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개개인에게 맞춤 제품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다수가 더 좋아하는 제품을 제공하고자 함이다. AI는 이 전제까지 흔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향후 AI를 활용해 개인 수준의 맞춤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면?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장영운의 오역

장영운의 오역은 해외 아티클을 읽고 번역하면서 제 생각을 섞어 넣은 연재물입니다.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옮기는 건 구글 번역기나, ChatGPT가 더 잘할 테니 글을 제 관점에서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더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그래서 '오역'이라는 농담 섞인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문을 과격하게 요약하거나 바꾼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원문을 곡해하거나 제 생각을 저자의 생각인 것처럼 섞어 넣지는 않습니다.


참고자료

2024년 5월 14일에 게시된 Andrew Chen의 10 years after "Growth Hacking"

https://andrewchen.substack.com/p/10-years-after-growth-ha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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