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면서도 뒤통수가 바늘로 찔린 듯 따끔했다. 가진 것에 비해 욕심이 많은 사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카페에 가면 음료수를 자꾸 쏟았다. 선척적인 부주의한 성향 탓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급했다. 음료가 어디 있는지 살필 새도 없이 겉옷을 벗어놓아야 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는 반가운 인사도 나눠야 했다. 그 와중에 주변 풍경을 둘러봐야 했고,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도 꺼내놓아야 했다.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니 말이다. 어라 내 휴대폰이 왼쪽주머니였나, 오른쪽 주머니였나 외투를 뒤지던 찰나, 와장창 음료수 잔이 쏟아졌다. 나는 정말 왜 그럴까.
나는 이것저것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 으음. 새해가 되었으니 자격증 공부는 하나 해야 하지 않겠어? 싶어서 사둔 문제집이 내 책장 한켠을 가득 메우고 있을뿐더러 2년 전에 갑작스레 벌인 사업은 곧 폐업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 와중에 예쁘고 귀여운 건 너무 좋아해서 예쁜 그릇을 종종 구입한다. 그 위에 올린 건 맨밥과 스팸. 이름 뒤에 '동'만 붙이면 일식덮밥이 아니던가. 고작 스팸과 밥을 담았을 뿐인 예쁜 그릇은 스팸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채 인스타에 데뷔한다.
전 직장에서 나랑 친하게 지내던 한 직원이 나보다 연봉이 훨씬 높다는 걸 퇴사하기 직전에 알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그 직원보다 먼저 회사에 들어왔다. 물론 하는 업무와 팀은 달랐지만 같이 점심시간마다 다이소에서 키티 인형을 사고 행복해한 건 똑같았는데 주머니에 들은 잔고는 달랐다고 생각하니 이거 괜히 질투가 났다. 은근 며칠 내내 속이 쓰렸다. 다음 회사는 무조건 연봉을 확 높여서 가리라 다짐했었다.
오래전부터 꿈은 작가였다. 오래전이라고 하면 대략 8살 무렵 스스로 시집을 써 내려갔을 때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30살이 넘었다. 왜 꿈을 이루지 못했을까.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직장도 글과 관련된 업무가 있는 곳을 갔다. 틈틈이 소설을 써서 소설오타쿠 친구에게 컨펌도 받아보았다. 그러나 혹평의 연속. 소설을 쓰고 싶으면 소설을 많이 읽으란다. 아니 나는 에세이 읽는 걸 좋아하지만 소설을 쓰고 싶은 거라고. 그리고 완결 좀 지어보란다. 그래 나도 꾸준히 쓰고 싶지만 돈도 벌어야 하고 취미활동도 해야 하고 바쁘고 바쁜 걸.
여기까지 읽은 분이 있다면 대단하다. 노답인생을 사는 노답인간의 노답스토리를 읽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야 성공하고 꾸준하게 해야 성공하고 한 분야를 파고들어야 성공한다는 건 안다. 욕심을 버리고 즐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안 되는 걸. 쉽지 않은걸? 난 찌질한 인간 중에 베스트 인간인걸??
날씬해지고 싶지만 맛있는 게 좋고, 떼돈을 벌고 싶지만 게으르고, 소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소설책은 읽기가 싫다.
한심한 얼굴로 한심한 고민을 하는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았다. 무엇을 더해야 내가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게 더하려고 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얕고 그다지 넓지도 않은 지식만 가득 얻으며 살지 않았던가.
결국 나에게 필요한 건 더 이상 무언가를 더하려는 시도보다 덜으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지혜의 숟가락이 필요하긴 한데 이건 무조건 덜어내는 용이다. 덜어내기 한 숟가락. 가진 건 쥐뿔도 없으면서 욕심만 차고 넘치게 많은 나에게는 그 숟가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