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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etmom Sep 19. 2022

우당탕탕 막내들의 두 돌 생일파티.

기억 저편에서 꺼내어 보는 막내들과의 만남

2022.6.15  루시&루나 D+729


 막내들이 어린이집에서 두 돌 생일파티를 했습니다.

 각각 2.3kg, 1.5kg으로 태어나서 너무너무 작았던 다자녀 가정의 쌍둥이 막내들. 루시(셋째)는 작았지만 아주 튼튼해서 바로 신생아실로 갔지만, 남들 반밖에 안 되는 크기로 태어난 루나(넷째)는 건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너무 가벼워서 출산 하자마자 바로 인큐베이터로 들어갔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아예 면회가 안 돼서, 루나와는 분만실에서 헤어진 후 얼굴조차 못 보는 생이별의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출산 후 6일째, 엄마가 퇴원하기 전날 딱 한 번의 면회가 된다고 하여 처음으로 안아볼 수 있었는데, 아빠는 그마저도 아예 들어오지 못했으니 루나가 퇴원할 때까지 거의 한 달이나 조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어쨌든 루나를 만나러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이 아픈 아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위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을 깨끗이 씻고 비닐 옷과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하고 조심스레 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섰습니다.


 그동안 간호사 선생님이 찍어다 준 사진만 보아 오다 실제로 처음 본 1.5kg짜리 아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피아노 도에서 도까지 한 옥타브도 잘 안 닿는, 성인 손 치고 진짜 작은 제 손으로도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막내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엄마가 작게 낳아줘서 미안해..

어서 커서 엄마랑 집에 가자...


 아기는 알아듣지도 못할 말만, 그것도 울음이 가득 섞여 더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만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아기는 제가 엄마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만 떼굴떼굴 굴리더군요.

 얼마 안고 있지도 못했는데 아기 체온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해서 또 금세 다시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할 시간. 아이를 뉘이고 나오는데, 네 아이를 키우면서 그때처럼 가슴이 미어진 적은 아직까지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놓고 병실로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안겨 한참을 울었습니다.

 셋째 넷째를 낳는다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맡겨 두고 온 첫째와 둘째에게도 미안하고, 건강히 잘 크고 있었는데 넷째 때문에 빨리 세상에 데리고 온 셋째에게도 미안하고, 홀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둬야만 하는 넷째에게도 미안하고, 본인도 마음이 아플 텐데 이렇게 무너지는 저를 다독여 줘야만 하는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세상 모든 것에 미안했던 것 같습니다. 엄마란 그런 위치인 것 같지요. 가족의 모든 아픔이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드는.


 그렇게 루시만 데리고 조리원에 가고, 또 루시만 데리고 집에 가고,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루나가 몸무게 2.0kg을 채우고 집에 왔습니다. 입원 기간 동안 발견된 선천성 질병 이슈로 MRI를 찍었었는데, 그때 간호사가 잘못하여 손에 생긴 화상이 채 낫지 않은 채였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루나가 뒤집고, 앉고, 이도 나고, 서고, 걷고 뛰고, 이제는 엄마 아빠한테 말대꾸도 하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힘든 시간들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때 사진들을 보면 꼭 그때처럼 가슴이 아플 것 같아서 도저히 마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진들을 생각만 해도 이미 가슴이 쥐어짜듯 아파 오는걸요. 그래서 루나가 퇴원한 이후로는 아예 꺼내보지도 않았었는데, 어린이집으로부터 두 돌 생일파티 사진을 받은 날 웬일인지 찾아볼 용기가 났습니다.

 사진 속 루나는 여전히 너무 작고 그동안 꽤 단단해졌다 생각했던 엄마 가슴은 모래성처럼 또 무너지지만, 지금의 루나는 루시랑 싸워서 당당히 이기는(?ㅋㅋ) 야무진 아가라서 감사한 오늘입니다.


 아, 너무 루나 얘기만 했지요. 루시는 사실 엄마 뱃속에서 잘 크고 있었는데, 같이 엄마 뱃속에 있는 루나가 너무 자라지 않아서 일찍 출산해야 했기에 덩달아 빨리 꺼내게 된 아이입니다. 중간에 끼인 아이라서 그런지 네 아이 중 눈치도 제일 빠르고, 엄마가 신경 써 주지 못할 때는 혼자서 뭐든 해 보려고 하는, 안쓰럽고 미안한 아이입니다. 자기 몫을 챙기느라 떼쓰고 화낼 때도 많지만, 형제 중 누군가 아파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 "내가 안아줄게!" 하며 포옹해주고 밴드도 붙여 주는 마음 착한 아이입니다. 형제간에 장난감 가지고 싸움이 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꼭 먼저 양보해 주는 어른스런 아이지요. 목욕할 때 혼자서 손도 발도 배도 씻겠다고 하는 주도적인 아이이기도 합니다. 형제가 많아서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스스로 착한 행동을 하나 싶어서 마음속에 늘 아픈 손가락인 아이이지요. 그래도 넷 중 가장 야무지게 커가는 걸 보면 염치없게도 너무 고맙습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시간을 지나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으며 촛불을 후 부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미소가 납니다. 아이 많은 집 막내들로 태어나 열심히 자라 온 우리 막내들. 앞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기겠지만, 지금처럼만 예쁘고 건강하게 커 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가 항상 뒤에 서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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