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겨울방학은 새로운 고민과 또 다른 결정이 점철된 불안한 연옥일 게다.
하지만 어쨌든 방학은 했고, 아이들은 자신의 짐과 남겨뒀던 마음을 가지고 올해의 마지막 하교를 한다.
그 뒤로 뻗치는 그림자가 참 가벼워 보인다.
교직생활 8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을 보내며 울었다.
내가 울자 몇 눈치 없는 학생들이 '어? 선생님 운다!' 하면서 낄낄 좋아하는 바람에
눈물이 잠시 쏙 들어갔다.
가늘게 뜬 눈으로 아이들의 눈을 다시 마주하자 들어갈 뻔했던 눈물이
다시 몽글몽글 차오른다. 속으로 빈다. 제발 흐르지 마라. 다행히 흐르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목소리가 흐트러진다.
다 함께 외우던 시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좋은, 행복한 어른이 되라는 말이 9살에게 맞는 이별 인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기에 어느 정도는 적절했다 자위한다.
올해가 이 학교에서 마지막해였다. 학교와 이별한다.
올해 아이들과 담백하고 깔끔하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이들과 이별한다.
옆 반에 계시는 너무나 존경해 마지않는 선배님이 올해까지가 정년이시다.
또 한 번 더 이별이다.
오늘 내가 때때로 글썽이고 아려하는 까닭은 이별이 너무 많아서다.
흔히들 마지막 순간 어떤 후회로 눈물이 난다고 말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 언저리에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이, 애정이, 좋아한다는 말이, 고맙다는 말이
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해서다.
분명히 전해야 할 것들을 전하지 못하고
전했다 할지라도 충분히 나누지 못한 것들이 못내 아쉽다.
매년 더 챙기겠다 다짐하지만 나의 약소한 사정과 게으름 덕에
이 못난 마무리가 수없이 반복되는 모양이다.
못 준 것은 뒤로하고 그간 받았던 마음 조각들을 세어본다.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느낀다.
나는 더럽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