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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망 Jul 10. 2022

멘토의 추락

꼰대와 멘토는 한 끗 차이

"내가 유난히 말이 많지? 우리 애들이 나한테 투머치 토커(수다스러운 사람)이라고 한다니까"

 

청산유수로 말하던 그녀는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빛과, 아직 끝나지 않은 제스처에서 나는 아직 그녀에게 말할 욕구가 남아있다는 것을 포착했다. 그녀는 나에게 질문이 없냐고 물었다. 대화가 더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이내 쫑내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들은 '조금은 변했다'. 입사 날 마주한 윗선들은 신입직원인 내 앞에서 말을 줄이려고 했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해도, 간결하게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혹여나 얘기를 하고 싶어도 숨을 고르거나 주춤하기도 했다.


무엇이 그들을 멈추게 했나. 그들에게 채워진 멍에는 언어다. 꼰대란 불명예스러운 별칭이다. 꼰대란 과거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들을 비하하는 은어였는데, 어느 날 유행을 타면서 상상 초월할만큼 일상 언어가 됐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꼰대들에게도 눈부신 시기가 있었다. 이름하여 '멘토링 시대'였다. 2010년 초반부터 중반까지 멘토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김미경 강사, 혜민 스님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멘토링은 전국적인 붐이 이어졌다.


MZ는 멘토들이 키운 멘티들이었다. 어른들의 한마디를 더 들으려고 까치발을 세우던 세대가 MZ다. 멘토들의 품 안에서 순하게 크던 MZ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멘토에 대한 열광에서 꼰대에 대한 멸시까지 정 반대로 변한 이유는 뭘까.


멘토의 추락은 어디서 나왔나. 이 글은 이 질문에 대한 사유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에세이도 아니고, 사회과학서도 아니다. 그저 화려한 면류관에서 지하 바닥으로 추락한 어른들의 권위를 뒤쫓는 낙서다.


#멘토 #꼰대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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