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나는 6년 차 직장인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상반기/하반기 연 2회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전까지 다녔던 회사들은 월급을 제외한 별 다른 복지는 없었다. 내 주변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이 이번 성과급이 얼마니, 이번엔 뭘 주니 하며 시끄럽게 떠들어 댈 때마다 드는 생각은 소박했다. 그저 치킨을 매일 시켜 먹어도 부담 없을 통장 잔고가 부러울 뿐.
그런데 그런 성과급을 '나도' 받았다. 상반기 평가 결과는 중간 등급이었다. 주어진 업무를 문제없이 마무리 한 정도. 금액을 말하긴 어렵지만 대충 월급 한 번 더 받은 정도였다. 그런데 그 성과급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그 이유는 내가 '전세사기 피해자'기 때문이다. 그게 성과급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나는 결국 고민 끝에 변호사를 선임했다. 지금까지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혼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런데 달라지는 건 없었다. 물론 즉각적인 효력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나중에 언젠가 분명 도움이 될 흔적들이다. 그 흔적들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남겨둔 혹시 모를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그건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성과급을 변호사 수임료로 모두 지불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큰돈이겠지만 보증금만 회수할 수 있다면 옳은 선택일 거야', '월급에서 나가는 돈보다 성과급으로 내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않니?' 하나가 채워지면 또 다른 어딘가에 구멍이 나더라. 좋기만 한건 없다는 진리(?)를 또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의미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는 뜻이다. 아직도 집주인은 강남 고오급(?) 아파트에서 두 발 뻗고 잘만 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소송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나는 나대로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고 두 발 뻗고 잘 자련다.
어쨌든 상반기 고생했어, 승띵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