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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Aug 19. 2024

비싸지만 결국 사게 되는 것들

텅장이어도 괜찮아

 비싸지만 결국 사게 되는 물건이 있다. 주로 ‘취미’와 밀접하다. 기본적으로 모든 물건에 가성비를 추구하지만 이 영역(?)에서 만큼은 가심비로 접근한다. 가심비에 초점을 맞췄더니 소박한 일상이 조금 더 풍요롭게 느껴졌다. 물론 누군가에겐 저렴한 가격이겠지만 나에겐 비싼 편에 속한다.


 참고로 이 글은 광고 목적이 아니다. 그저 쓸 때마다 좋다고 느끼는 내 감정에 심취한 글이다.

   



1. 블루투스 헤드폰


 취미를 적는 칸에 무엇을 적을까 수백 번 고민하다 음악 감상을 적어낸 기억이 있다. 출근길에는 시끄러운 아이돌 노래를 들으며 억지로 텐션을 올리고, 퇴근길에는 부족한 사회성으로 오늘 하루를 견딘 나에게 위로하고자 잔잔한 발라드를 듣는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좋아하는 음악을 연달아 듣다 잠이 깨곤 한다. 그럴 때마다 무선 이어폰에게 2% 부족함을 느끼고 애꿎은 볼륨만 키운다.


출처 : BOSS 공식 온라인 스토어


 몇 년 전만 해도 헤드폰은 (약간) 오타쿠들의 아이템처럼 보였다. 지금은 소니, 애플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성능은 물론, 디자인도 세련된 헤드폰을 출시하더니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나는 패션 아이템을 사고 싶진 않았다. 디자인보다는 성능 좋은 놈을 사고 싶었다. 헤드폰 회사마다 강조하는 음질도 다르고 디자인도 다르다. 평소 베이스의 둥둥 거림과 중저음이 강조된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인데 내 취향이 조금 더 반영된 ‘보스 QC울트라’ 헤드폰을 구매했다. 하루 1시간도 안 되는 감상 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내 소비에 100% 만족하며 노래를 듣는다.



2. 운동복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운동복계의 샤넬이라고 한다. 살아생전 샤넬을 사볼 수 있을까 싶지만 운동복만큼은 샤넬을 입어보고 싶었다. 아니, 나 정도면 입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주 5일 요가와 필라테스를 꾸준히 나간 스스로가 대견했기 때문이다. 


출처 : 룰루레몬 공식 온라인 스토어


 사볼 법한 명분을 만들고 룰루레몬 매장에 갔다. 매장 안은 대부분 여성 고객이었지만 매끈한 근육질 몸매의 남자들도 꽤 보였다. 이게 복선이 될 줄은 몰랐다. 마음에 드는 티셔츠와 반바지를 들고 탈의실에서 갈아입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핏이 아니었다. 일단 옷을 입었을 때 ‘겁나 편하다’는 건 잘 알겠다. 문제는 몸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무리 편하고 좋은 옷이라 하더라도 입을 때마다 부담스럽다면 자주 입지 않게 된다. 하지만 결국 구매했다. 룰루레몬이 잘 어울리는 몸을 만들겠다는 결심과 함께.


 룰루레몬 운동복은 확실히 편하고 좋다. 원래 있었던 운동복과 비교하면 훨씬 가볍고, 땀에 젖어도 빠르게 마른다. 특히 러닝을 할 때 땀을 많이 흘려도 쾌적한 상태로 달릴 수 있었다. 티 나지 않게 붙어있는 로고도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다.


 사실 가장 크게 체감된 부분은 따로 있다. 가격표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는 내 모습이다.



3. 러닝화


 올해 새롭게 시작한 것들 중 가장 오래 하고 있는 행위는 달리기다. 작년 호주 여행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어디서나 달리는 러너(Runner)들이었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그 다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달리기는 정말 좋은 운동이다. 특히 나처럼 생각이 많다면 강력 추천한다. 달리기 위해서는 달리기에 특화된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러닝화는 3년 전 헬스장 러닝 머신용으로 저렴하게 구매했었다. 신발에 무슨 기술력이 들어 있고 예쁜 건 중요치 않았다. 그저 저렴하고 푹신한 운동화면 됐다.



 8개월 동안 궂은 날씨를 제외하고 달릴 수 있는 환경에서는 꾸준히 달렸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까지 지속적인 열정을 유지한 건 처음이다. 이제는 내 열정에 비례한 새 러닝화를 사고 싶었다. 저렴한 신발보단 예쁘고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사고 싶었다. 


 러너들에게 익히 알려진 러닝화 추천 매장이 몇 군데 있다. 4개월 예약 대기 끝에 방문했다. 발 측정 기계로 체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신발을 추천해 줬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일주일에 몇 번이나 뛴다고!


 마라톤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컨디션에 따라 뛰는 거리도 매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나였다면 저렴한 새 운동화를 샀을 거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일주일에 한 번 달리던, 한 달에 10km를 달리던 나에게는 달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이 확실하게 든다면 가성비보단 가심비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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