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매캐하다
나는 한두 달 전부터 실제 존재하지 않을 냄새를 맡고 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불쑥 난데없는 탄내가 나는데 그럴만한 상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함께 있는 다른 사람 누구도 탄내를 맡지 못한다. 병원에 갔더니 후각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다. 약물 치료를 통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쑥 영문모를 탄내를 맡는다. 이것도 일종의 환각이다. 후각의 환각. 혹은 뇌 신경의 이상 작용.
오늘은 온종일 탄내를 맡았다. 한동안 거의 맡지 못했는데 재발한 셈이다. 괴롭지만 일상 생활은 가능하고, 집중력이 무너지지만 일은 해야 한다. 나름 신기한 것도 있다. 탄내를 맡으면 눈도 맵다. 눈물도 조금씩 고인다. 진짜로 무언가가 타고 있을 때 몸이 반응하는 모양새 그대로다. 후각이 일단 탄내를 맡으니 눈도 연기가 난다고 판단하는 걸까. 물론 그 배후의 모든 판단 오류는 뇌가 내린 거겠지만. 몸은 신기하고 몸이 고장난 모양도 신기하다.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
내 몸이 이럴진대 타인에 대해서나 세계에 대해, 또한 미지의 무엇에 대해 '안다'고 확신하는 건, '모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얼마나 의심스러운가.
이 경험 전에도 신경정신과적 질환과 장애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경험하고 보니 이해의 폭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의지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치료와 추적관리 그리고 사회적 이해와 양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을 몸으로 되새기게 되는 경험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어느 대목을 읽다가, 이런 내 개인적 경험을 나눠서라도 신경정신과적 질환과 장애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싶어졌다. 최근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의 특수교사에 대한 변호와 마음씀이, 특정 아동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불특정 신경정신과적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표출되거나 번지고 있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 게시물을 볼 때면 눈앞이 깜깜하다. 매캐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렇게 불타는 사회의 냄새를, 내 코는 감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하 이 글을 쓴 계기가 된 글의 일부. Jini 님의 글입니다. 전문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외에도 읽어보시면 좋을만한 글들의 링크를 담아둡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나와 같이 식사를 하던 특정 질병 약을 먹던 사람이(치료 클라이언트 아님. 내 클라이언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어떤일이 있어도 지켜 내야 하는 기밀성!) 갑자기 혼잣말을 시작하더니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으로 데려가서 살펴본 결과 일시적 다른 질병때문에 먹고 있던 약이 특정 질병약과 충돌하면서(interaction) 발생한 일시적 행동이었다. 그때 알았다. 나를 포함한 누구에게나 이런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어떤 이유로든 어떤 순간에, 내가 인지하지 못한 현상이 일어나서 나의 이상행동이 제어되지 않아서 인지하지 못한 범죄를 저지른다면 나는 범죄자인가 환자인가 하는 딜레마적 고민을 한참 했었다. 그 당시엔 심란했다.
나는 교육학도 전공했고, 심리학&뇌과학과 치료를 전공한 치료사이고 인권 공부도 한 인권 활동가이다. 내가 아는 전문 지식에서, 장애로 인한 행동은 처벌의 대상이 아닌 치료의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꼭 해야만 하는 사람중 하나다. 대중이 이해를 하던 못하던. 이해 할 수 없어서 나에게 뭇매를 던질지라도.
지금 사실 가장 보기 힘든건(대중의 마녀 사냥도 심각하지만)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인권에 진심이라는 사람들이 언론이 이끄는 대중의 여론에 휩쓸려 주호민씨의 아이를 비롯해 10만 3,695명의 (그나마 이 안에 속하지도 못한 지워진 사람들도 기억해야 한다)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을 분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