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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Jul 12. 2022

남해 여행그림 첫째 날 2

일찌감치 들어선


일찌감치 들어선 남부터미널 역시 안팎으로 부산스럽다. 산뜻한 아침 공기가 만족스럽다. 폰을 열어 예매를 확인하고 자릴 잡았다. 우등버스의 젖힘 의자가 편하다. 한숨 잤다.


005.

고속버스의 육중한 바퀴가 도로에 착 붙어 달린다. 다다다닥다다아아.. 마찰에 따른 바퀴의 조심스러운 떨림이 전해진다. 눈앞의 아침헛개, 라떼, 안경이 떤다. 지진계의 바늘처럼 붓끝의 떨림을 종이에 그대로 둔다. (10:36)


006.

''떨림이 떨림으로 이어지누나.''


하늘과 맞닿은 공제선이 오르락내리락 매끄럽다. 광자의 머리카락 날리듯 초록나무가 휘날린다. 카카카하 카칵카아아.. 미친 웃음을 웃는다. (10:57)


007.

덜겅, 이따금 차가 흔들린다. 구름이 하늘 가득 퍼진다. 이리저리 크게 덮는다. 비껴 간 태풍이 다시 오려나? (11:07)


008. 31.5x23.3cm

커튼 사이로 가깝고 먼 풍경이 빠르게 또 느리게 지나간다. 떨림으로 지나간다. 우등버스의 우등한 속력이 요란스럽지 않을수록 떨림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작은 새, 카나리아의 소란스러운 지저귐을 떠올린다. (11:26)


009. 31.5x23.3cm

안경 대신 작은 스케치북과 집게가 그 자리에 있다. 내 무릎도 보인다. 멀미가 난다. 붓질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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