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 May 19. 2021

어머니의 아침밥

어머니의 사랑은 아침에서 시작한다.

어머니는 오늘도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차리신다.


나는 예민한 성격 탓에 방문 너머로 밥을 짓는 냄새가 들어오거나,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TV 소리가 들리거나, 햇빛이 눈 앞을 비취기 시작하면 저절로 눈이 떠지게 된다. 예민하다 보니 잠을 잘 때는 후각, 시각, 청각 모두 차단이 되어야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성격인데 아침마다 맡게 되는 어머니의 밥을 짓는 냄새와 소리에 매번 깨니 처음엔 짜증이 나서 괜스레 심술을 부리곤 했었다.


오늘도 여지없이 코를 자극하는 아침밥 냄새에 한참을 무시해보며 잠을 청하다가

이미 다 깨버린 잠을 다시 청할 수가 없어 몸을 일으켜 세워 방문을 열고 나갔다.


부모님은 일찍 출근하시고 식탁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애호박전이 그릇에 담겨 키친타월에 살포시 덮여 있는 것을 마주했을 때 지난날 어머니께 못나게 굴었던 나 자신이 미워지면서 어머니께 미안해졌다.

어머니는 직장을 다니시면서 출근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새벽 일찍 같이 일어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밥을 차려 오셨고, 나와 오빠가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아침밥을 차려 주신다.

어머니의 사랑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어머니에게 아침밥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정성을 들여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고되고 귀찮을 텐데도 꾸준하게 자신의 일인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해주는 아침밥이 어머니의 기쁨이자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철없는 시절에는 어머니가 아침을 차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지금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해지면서 느껴지는 것은 그건 결코 어머니의 역할도 아니었고 당연시되는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구조 안에서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것에 대해서 누군가가 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족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었고,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하기를 바라는 다정한 배려와 희생이었다.


나는 무뚝뚝한 편이라서 표현을 하는 것에 아주 많이 서투르다 보니 주변에서 표현을 좀 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고, 너 이야기 좀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이런 나의 모습은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집에서는 누군가 요리를 정성스럽게 하면 고맙다, 정말 맛있다 등등 이런 리액션이 있는데 우리 집은 그저 말없이 먹는 투박한 집이었다. 때론,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에 나도 표현을 해야지 하지만 누가 막기라도 하는 것인지 목에 탁 걸려서 나오지를 못했다. 여전히 무뚝뚝한 자식이지만 표현을 잘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방법을 배워가고 생각들이 바뀌어가면서 지금은 그래도 흘러가는 말처럼 맛있네 라는 말을 할 줄은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고 세상에서 말한다. 어머니의 작은 희생들이 쌓이고 모여 모성이라는 단어를 위대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한 희생은 사랑이 밑바탕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사랑은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에서 오는 고마움이 작은 씨앗에서 자라나 큰 나무가 되어 가지로 쭉쭉 뻗어나가 사랑의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모든 사랑이 이러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어렴풋이 느껴본다.


당연한 것을 베푸는 마음과 당연한 것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보통의 일상 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