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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Oct 12. 2024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

그 메시지를 봤으면 안됐다. 당장 확인해 주길 바라고 보낸 메시지도 아니었고, 나도 그 시간에 답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남자 아이 둘이 싸웠고, 친구에게 맞은 아이 어머니 연락이라 혹시 중요한 내용일까 싶서, 필요하다면 바로 답을 드리고 싶어서였다. 그 선의가 그날 밤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질문과 답,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내가 감정을 건드린 모양이다.


그럼 이렇다는 건가요?

저렇다는 건가요?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물음표를 붙여 질문으로 쏘아 붙인다. 세 식구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가정예배를 드리기로 했고, 남편은 예배 후에 봐야 할 축구 경기가 있다고 했다. 9시 반! 자러 들어가는 시간도 정해 두었다. 그런데 잘못된 선택을 한 나는 '이것 좀 봐봐'라고 수십번 말하는 아이를 봐주지 못했고, 저녁 준비도 하지 못했다.


하원 후 아이 머리를 다듬고 장보기까지, 한참의 시간을 내고 귀가한 남편은 식사 준비에 투입됐고 심기가 불편해진 모양이었다.


"그거 안된다니까."


라고 한마디 한다. 학교 폭력 신고는 싫다면서 학교 폭력으로 신고해야 내려지는 조치를 원한다는 것, 나도 안다. 진술서 작성 조차 쉽지 않은 아이들인 것, 나도 안다. 우리반 아이들인데 남편보다 내가 더 잘 안다. 교사 입장에서는 말이 안되지만 학부모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이해한다. 그런데 그거 안된다니. 그럼 어쩌라고. 나도 화가 났다.


남편이 밥을 먹으라고 한다. 먹는다고 했다. 하이가 나선다.


"엄마 밥 머거~."


"나양(나랑) 누가 밥 빨리 먹나 해보는 거야. 아라찌?"


"안 먹으꺼야? 안 먹었다고 1등한 거 아니다아."   


불꺼진 안방에 사연 있는 여자처럼 앉아 있는 나를 찾아와 괜히 이말 저말을 건다. 아휴. 또 눈치 보게 한다. 여섯살 짜리가 마흔 네살 엄마를 달래고 있다. 아휴. 아휴. 아휴.


예전에도 남편이랑 싸우고 일이나 지났을 때, 언니네 집으로 가서 이와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차에서 하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딥에(집에) 가먼 아빠양(아빠랑) 애기(얘기)할거야?"


"안 할 것 같은데. 아빠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해야디이."

 

"아빠 때문에 엄마가 속상해서 화가 났거든. 엄마가 아파서 그랬던건데 엄마보고 사과하래."

 

"사가했어?"


"안 했어. 그건 미안한 일이 아니거든."


"그낭 사가하면 대지이."


"예. 아부지." 해야 할 것 같은데 고작 그 때가 37개월이었다. 오늘도 남편이 "그거 안된다니까." 하는 순간부터 하이의 눈동자는 바빴다. 엄마, 아빠 사이에 한기가 돌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 알고 있는 하이라는 걸 나도 알면서, 엄마, 아빠가 빡침적 거리두기를 하면 두 사람을 오가며 외줄타기를 하는 하이라는 걸 알면서 또 이러고 있다. 내리사랑은 있지만 치사랑은 없다는 말 틀린 것 같다. 하이가 사랑으로 나를 치받는다. 엄마, 아빠 사이 좋게 지내라고 하나님이 보내신 특공대 하이는 오늘도 바쁘다.  


사진출처 :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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