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박용우 박사님의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하면서 방송인 장영란님이 많든 영라뉴라는 브랜드의 단백질 쉐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후기를 남기라해서 후기를 남겼는데 이달의 후기로 선정되었다는 문자와 적립금 3만원. 나의 첫 돈이 된 글이었다. 제품의 장점이자 단점인 '단맛'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내용이 마케팅적으로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 F와 T를 오가는 다채로운 성격으로 그날의 나는 T였다.
2. 삼행시 대회 1등, 스타벅스 컵을 받았다.
교감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오셨다. 큰 회의를 앞두고 두 분의 성함으로 삼행시 짓기 이벤트가 열렸는데 가끔, 그런,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한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인데 가끔, 그런, 사소한, 것에, 승부를 걸곤한다. 수업하러 오가는 계단에서 기도마저 하곤 했다. '하나님 꼭 뽑히고 싶어요.'
선물 처럼 등장한 두 분 덕분에 이르게 찾아온 겨울이 무색하게 마치 봄과 같은 따뜻함이 학교에 가득한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다. 10년간 열리지 않던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으니 말 다했지 뭐. 사람의 기운이라는 것이 분명 있구나 싶다. 그간 냉랭했던 학교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단어를 찾느라 애 좀 먹었다. 두 시간 들여 발견한 제주도 방언이라는 '언바람',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언바람 찾고서 봄바람은 봄볕으로 바꿔주고, 준비된 한 사람에서 두 사람으로 수정해서 교감선생님까지 끼워드렸다.
박씨 물고 날아든 고마운 제비처럼
준비된 두 사람 우리를 찾아주니
언바람 사라지고 철 잊은 봄볕드네
삼행시를 완성하고서 '됐다'라는 느낌이 왔다. 잘 지은 시는 아니지만 담아 내고 싶었던 의미가 의도대로 잘 드러난 것 같았다. 블루라이트와 노안의 위협에 맞선 결과물이었다. 정성을 꽤나 들였다. 그래서 스타벅스 컵이 깨진 순간 숨이 헉 하고 막혔다. 인스타에는 정신 승리 하려고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고 컵이 깨지고 난리냐고 한건데, 정말 그렇게 됐다.
3. 문학작품 공모전에서 은상과 부상으로 20만원을 받았다.
브런치에서 발행한 글을 다듬어 작은 공모전에 출품했다. 몇 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그중에 '친구'라는 주제를 골랐다. 공모전에 출품하며 깨달은 바는 '내 글이 구린 이유'라는 글에 담기도 했다.
하이가 친구에게 들었던 '그럼 너 빼고 논다' 사건과 그 일을 통해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깨달은 바를 서너페이지에 정리했는데 이상하게 브런치에 올린 글이 더 재밌고 잘 읽힌다. 두고두고 아쉬웠던 부분이다. 주제에 맞추려고 수정을 하다 보니 글이 지루하고 유치해졌다. 그런데도 은상이라니 감사하다.
대상을 꿈꾸진 않았다. 나를 아니까. 그래도 상은 꼭 받고 싶었다. 그래서 또 기도했다. 솔직하게, 상 받고 싶다고. 아무 성과가 없으면 더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고백했고, 저는 취미로만 써야 하는 사람인가요? 라고 여쭈기도 했다. 그런데 난 그거 싫다고 했다. 배짱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난 간절한 것 같다.
23만원이라는 돈이 수중에 쥐어졌고 깨진 컵은 버려졌다. 브런치에 80편의 글이 올라 있고 서랍에도 차곡차곡 쌓아간다. 친정 엄마의 기구한 인생 얘기도, 내 새끼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지 몰라 아들래미 꼬추 잡고 다니게 만든 사연도, 하나님이 날 어떻게 고시생 신분에서 탈출시키셨는지 주작같은 기적의 출임고 스토리까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시작이 너무 근사하다 이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