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어디서나, 만들어가는 '건명원 사람들'
다음 2편을 쓰게 된다면
'건명원 사람'이나 '건명원에서의 교류'
작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수많은 교류나 스터디, 독서모임 등을
중심으로 써보려 한다.
건명원스럽다...? 이 말을 지원하시는 분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지원자 중 한 분이 말씀하신 '건명원스럽다'의 정의가 내게 인상깊었다.
사유할 능력을 가지고 세계를 통찰하고, 다양한 학문 간의 갈등 속에서 방향을 찾아내는 그런 모호한 느낌인 것 같기는 한데
- 너무 좋은 말씀이라서 인용을 해보겠습니다. (_ _) -
사실 '건명원스럽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은 지금도 말할 수 없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느낌에 따라서 움직이는 경향도 있지만
(가령 나의 말습관 중에선 "딱 봐도 ~~네" 식의 무책임한 어투가 많다.)
건명원스럽다... Feeling의 맥락이 없이는
이 말의 의미는 도저히 파악하기 힘들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이 애매모호한 단어를 내 나름대로 정의해봤을 땐 이런 느낌인 것 같다.
저는 거시적이거나 심오한 소재가 아니더라도, 세계 속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대상 조차도 사유의 소재가 되는 경우에 '건명원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지적호기심을 발휘하는 건명원 학우들의 모습에서도 이걸 많이 느꼈고요.
건명원 사람들. 나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보면
사소해보이는 소재도 진지하게 이야기거리로 삼는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한 전시회에서
수면에 비친 그림자를 보면서 이게 바로 이데아인지 현실인지 논쟁한다든가
물론 사변적인 소재만 다뤄지는 건 아니다.
Meritocracy trap (국문명 : 엘리트 세습) 독서모임 때
'능력주의'가 무엇인지 정의를 명확히 하고
능력주의가 만일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어떤 요소 때문에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지 등의
현실적인 소재도 건명원 사람 간 이야기로 많이 다뤄진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노동시장의 경직화'로 인한 인턴제도의 실행 불가능을 지적한 의견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인턴 과정을 통해 해당 직무역량을 장기간 평가해야 하나, 노동시장 경직화로 인해 장기간 인턴이 불가능하기에, 결국 블라인드 채용 전형에서 한계가 생기고, 이는 학벌을 중시하는 동아시아식 채용문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내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제대로 복기 못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양해구한다.
내가 관찰한 건명원 사람들의 특징은
지적탐구나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덜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다들 겉으로는 "내가 이걸 해야해..?" 라고 불평하면서도 막상 또 시작하면 다들 잘한다.
잠깐 팔 좀 안으로 굽어보자면 우리 과동기들도 그런 것 같다. 다들 개쩌는 인간들인듯...
겉으론 싫어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매력을 다들 가지고 있다.
'지적 츤데레'
나에게 건명원 사람들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다.
K 교수님의 말씀도 내겐 인상이 깊었다. "전반적으로 다들 깊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언제 한 번은 건명원 사람들과 서울대학교 미술관 전시회를 구경갔을 때
때마침 아는 동생이 그날 학교에 나와 논문 포스터를 만들고 있던 중이었기에
서로 마주치게 하여 건명원 사람들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나중에 그 동생이 건명원의 인재 선발방식을 파악한 채로 교육학 관점에서 바로 설명해줬는데
내용을 듣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개를 정말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여담으로 그 동생은 Non-건명원이다.)
" A secret is most valuable when it remains a secret."
이 말처럼 비밀로 남겨둘 부분은 남겨둘 생각이다.
그래도 위에 힌트는 많이 남겨뒀다.
건명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학벌이나 이력을 어느 정도로 볼까?
나중에 후일담으로 건너듣기로는 5기까지는 아예 안 봤다고 하는데
6기부터는 어느 정도 참고하는 방향이라곤 한다.
다만 이건 내 생각이지만, 학벌이 그렇게 Critical한 것 같지는 않다.
지원하시는 분들이 그런 부분에서 쫄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씀하신다면
건명원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자기소개서? 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계획서? 미래에 대한 의지를 잘 구체화한다면...
코로나 시국이다보니 건명원 사람끼리 교류가 참 어렵긴 했다.
끝나고 밥먹을 때는 무조건 4인팟으로 모여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거기에 조가 2개로 나뉘어 격주로 토요일 수업을 나오고
수요일 수업은 아예 Zoom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니까 참으로 어렵긴 하다.
그런데 나중에 건명원 사람들에게 듣기론 Zoom 수업 동안
'바둑판 화면 보기'로 설정해서 사람들 표정을 관찰하는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별로 못 봤던 사람들도 '내적 친밀감'을 서로 형성할 수 있었다고
그러다보니 몇 주만에 서로 보더라도
Zoom에서 맨날 보던 얼굴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7기의 경우 카톡과 slack을 통해 서로 교류가 시작되었다.
slack을 통해서는 주로 자기가 공유하고 싶은 토론주제나 기사
카톡을 통해서는 소소한 잡담이나 기사, 링크 등이 주로 공유되었다.
3~4월까지는 서로 데면데면한 느낌이라
서로 말 놓기로 하고서 다음에 다시 존댓말하는 경우도 많았다.
중간발표가 끝나고 서로 과제와 발표라는 고충을 공유하면서
5월달부턴 친밀감이 급속도로 상승했던 기억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건명원 공식 소풍이나 MT는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의지만 있으면 서로 만나는 법
사는 지역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기 시작해서
(예 : 신촌 모임, 목동 모임)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스타트업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독서 스터디를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내가 참여했던 것들을 위주로 서술해본다면
4~5월부터 복습스터디가 시작하여
매주마다 진도를 복습하고 서로 인사이트나 추가 공부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독서스터디 같은 경우에는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나
대니얼 마코비치의 '엘리트 세습'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등 다양한 책을 기반으로 스터디가 진행되었고
각자 정해진 분량만큼 책을 읽어온 뒤
소감이나 추가적인 내용을 나누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때로는 복습 스터디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간단하게 모여서 치킨을 먹기도 하고
코로나 시국이라 서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Zoom 비대면이나 소규모 모임을 통해 만날 수 있으니
전적으로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감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Zoom 비대면 교류다.)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전시회를 보러가기도 하고
음악회를 감상하러 가는 등 문화생활 측면에서
건명원 원생끼리 교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의지'만 있다면!
건명원이라는 배움의 터, 토론의 장은
북촌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명원 사람이 모여 뜻을 같이 하는 한
가상세계에서도, SNS에서도, 예술의전당에서도, 부산에서도
건명원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스터디를 꼭 추천한다.
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명원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에서다.
건명원은 장소로 정의되지 않는다.
건명원은 사람으로 정의된다.
지적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자, 그들이 곧 건명원을 이루고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건
건명원 1년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어차피 학비도 무료니까...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뽕을 뽑을 수 있길 바란다.
건명원 1년 동안 수많은 퀘스트들이 있다.
3편에서는 중간발표와 기말발표, 종강발표라는
어마어마한 퀘스트와 함께
건명원의 변화나 잡다한 썰을 풀어보려 하겠지만
분량 조절 벌써 망한 것 같다.
브런치 주인장은 관심이 고픈 사람인 만큼
많은 관심을 주신다면 기뻐 날뛸지도 모른다.
p.s
어쨌든 댓글로 물어보시면
친절하게 답은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