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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ism Jan 31. 2022

건명원 1년, with 7기 (건명원 후기)

1편 - 지배자 학교? 시대의 반역자? 물고기를 찾는 법!

작가님의 글을 보고 싶으니 제발 좀 써달라는 브런치 어플의 아우성에 드디어 응답한다.

사실 Lazism 이름처럼 나는 게으름을 좋아한다. 정말로.

원래는 건명원 후기를 쓸 생각이 없었다.

공고가 뜨던 날, 주변 동생에게 건명원 8기 지원을 추천했을 때


"올해는 도저히 안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버려야 하는 시기라..."

"오후 10시 퇴근이라 도저히 방법이 없다."


몇 명에게 추천하다가 급 귀찮아져서 

지원 시기라는 인스타 스토리 조차 올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스타를 통해 건명원 8기에 지원하신 분께서 따로 질문을 내게 주셨다.

그때서야 나는 건명원 후기가 생각보다 적다는 걸 알았다.


7기에 지원할 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따라서 지원했다보니

나중에 부랴부랴 후기를 보면서 정보를 수집해야만 했던 기억


물론 정말 아무 이유없이 건명원을 충동적으로 지원했나?

그건 사실 아니다. 인스타에 쓰려다가 길어질 것 같아서 

2021년, 작년에 나만의 메모로 고이 간직했던 부분을 첨부한다.


<건명원 지원 당시를 회상>
"내년에는 꼭 돈이 안 되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 세상과 돈을 다루다보니 내 인간성이 죽어가는 것 같다."
코로나가 찾아오면서 문화생활과 맛집탐방을 일삼던 나의 일상은 단절되었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나는 적금 계좌를 해지하고 투자 대응에 나섰다. 낮에는 주식 차트를 보면서 전공 수업을 들었다. 밤에는 뉴스 기사와 리포트를 읽고 종목 분석을 하면서 전공 복습을 했다. 어느샌가 나는 저녁 조차도 노트북 앞에서 종목분석을 하면서 해결하고 있었다.
한편 해결되기 어려운 불안 또한 슬며시 나에게 다가왔다. 전년도 사태(주 : 2019년)로 인해 생긴 의정갈등은 2차전을 맞이하고, 그해 봄부터 나는 수없이 고민했다. 예정된 미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결국 나는 처음으로 내 학업을 쉬겠다는 동맹휴학에 참여했다.
코로나로 인해 막힌 outgoing. 학점과 대외활동으로 앞만 보고 달렸던 지난날을 벗어나 처음으로 주변 풍경을 둘러본 한 달. 휴학 기간을 헛되이 쓰지 말자는 한 동생의 권유와 함께, 시작한 경제학 스터디에서 총수 일가에서 배우는 제왕학과 인문학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나에게 질문이 날아왔다. "명예로운 삶이란 무엇일까? 아킬레우스 이야기를 아느냐. 이기는 싸움만 할 수 없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도 있는 법이다. 다만, 죽음을 각오해야만 사는 법이지 않은가?"
"여기가 인문 예술 과학 복합으로 배우는 곳인데, 사람들이랑 술먹고 놀기 좋아."
올해 한 친목 동호회에서 아는 사람이 건명원이라는 곳을 쓴다고 했다. 검색해보니 작년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 지원해봤다. (이후 생략)

건명원을 지원하기 전부터 나에겐 불안과 고민이 있었다.

주어진 룰이 있다면 능동적인 삶을 위한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 룰을 다루는 것이요, 두 번째는 그 틀을 깨는 것이다.

전자를 '지배자'라 한다면 후자는 '반역자'라 할 수 있다.


삶에 대한 방향으로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건명원에서의 1년은 소중한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건명원과 학교생활, 나의 주변사람들과 시대적 흐름 속에서

내 삶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던 시간이 아닌가 싶다.


각자 지원사유는 다른 만큼 서론은 여기서 끝내고

후기 본론으로 들어간다.


6기와 다르게 7기의 경우

수요일 서양철학 수업과 토론수업은 비대면 (Zoom)

토요일 수업은 2개의 조로 나뉘어 격주로 대면/비대면을 번갈아가며 진행하였다.


건명원은 인문, 과학, 예술 종합학교를 표방한다.

따라서 커리큘럼을 보면 철학과 역사, 과학, 예술, 경제/경영이 혼재되어 있다.


1년 동안 학비는 무료에 교재도 준다.

북촌의 감성과 함께 다양한 교수진으로부터 수업도 듣는다.


물론 요즘 시대는 유튜브나 강연 시스템이 발달하다보니

이런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튜브에 가면 있는 내용이라 아쉽다."


그런데 곱씹어 생각해본다면

공부할 자료가 없어서 못 하는 시대는 지났다.

단지 공부할 의지가 없어서 우리가 안 하는 거다.


나만 하더라도 건명원 수업을 들은 뒤에 유튜브를 보면서 예복습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 의지가 정말 없을 때는 자료만 쌓아놓고 쳐다보질 않기도 한다.


건명원은 '공부할 의지'를 불타오르게 만드는 곳이다.

물론 공부할 자료도 주긴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자료는 얼마든지 만들고 찾아낼 수 있으니까.


한편으로 나는 건명원이 원생들에게 정답을 정해주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비유가 있다.

인생을 객관식 문제로 비유한다면

(싫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무한은 곧 비어있는 것이다."는 말처럼, 인생을 선택하려면 후보군을 추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으로 비유해보겠다.)


전문지식은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최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돋보기라면

인문학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우리에게 안내하는 길잡이라는 비유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수학 문제가 있다면 공식을 계산해야 답을 고르지 않겠는가?

그런데 제시된 선지 중에 답이 없다면

인생이라는 문제는 '정답없음' 내지는 '문제오류'가 떠 버린다.


그럴 때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다.

눈으로 선지를 새롭게 훑어보다가 답을 발견하면 

우리는 그때 '전문지식'을 통해 답을 체킹하는 데 성공한다.


즉, 전문지식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만드는 법"이라면

인문학은 "강물에서 물고기를 찾는 법"이라 비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강물에서 물고기를 찾는 법을 터득하는 긴 세월 동안

건명원은 그 원생의 옆을 지켜주는 스승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대식 교수님은 제왕학 비유를 별로 안 좋아하셨긴 하지만

이런 면에서 여전히 나는 

제왕학('리더십')이랑 건명원이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다만 분명한 것은 건명원에서 각자 얻어가는 의미가 다르고

내가 건명원을 바라보는 방식은

단지 수많은 해석 중 하나일 뿐일 것이다.


작년 커리큘럼 중에서 내가 좋았던 부분을 짤막하게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서양철학을 계보별/시간순서대로 정리할 수 있다.

: 하다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철학자를 한두명 이상 찾아볼 수 있다. 그걸 삶의 태도에 적용하면 인사이트다.


2) 현대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 균형잡힌 공부를 하고, 이를 통해 현 신냉전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다.

: 뉴스보는 재미가 나날로 늘거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미래 시나리오를 러프하게나마 구상할 수 있다.


3) IMF 외환위기나 서브프라임을 금융시스템 관점에서 이해하고, 코로나 이후 양적완화를 공부할 수 있음

: 한국은행에서 금리통화위원으로 근무하셨던 분이다보니, 경기 싸이클에 따른 금리 결정방식을 설명해주시기도


그런데 사실 커리큘럼에 대해선 그렇게 쓸 말은 많지 않다.

(사실 귀찮아진다...)

왜냐하면 건명원에서 공부보다 더 의미있는 건

건명원이라는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

나는 그게 건명원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다음 2편을 쓰게 된다면

'건명원 사람'이나 '건명원에서의 교류'

작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수많은 교류나 스터디, 독서모임 등을 중심으로 써보려 한다.


3편을 쓰게 된다면 건명원의 변화나

잡다한 썰을 풀어보겠지만

귀찮아서 안 쓸 것 같다.


p.s

그래도 댓글로 물어보시면

친절하게 답은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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