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이 책을 종이로 읽어보진 못했다. 누군가 책을 소개할 때 주요 문구를 통해 전달한 인사이트를 접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과거에 비해 종이 텍스트를 읽는 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더 정확히는 의욕이 저하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오디오로 책을 읽고, 유튜브로 책 한권를 끝내는 사람이 많다는데, 나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진 않은거 같다.
정보를 찾을 때는 구글을 키고 사유를 찾을 때는 유튜브를 키는 세상이다. 교실에서는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고 태블릿이 들어서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책을 사서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유튜브가 생각을 대신 해주고 유튜브가 줄거리를 대신 말해주는 세상이다. 구글이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모두 지배하는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전달의 압축성은 종이 텍스트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사회에서 종이 텍스트를 한가롭게 넘길 시간은 없다. 두꺼운 해리슨 내과학에서 어느 세월에 "질병 A"에 대한 내용을 손으로 찾을 수 있는가? 전자 파일을 이용하지 않고선 짧은 시간 내에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세상이다. 종이 서류를 뒤적거리는 사이에 상황은 종료된다. 전자화는 이제 더이상 경쟁력이 아닌 생존력이다.
우리는 생각할 시간마저 사라지고 있다.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정도로 부유하거나,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터에서 멀어진 백수가 아닌 이상, 공상같은걸 할 시간은 없다.
어쩌면 우리 시대는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은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집을 내 손으로 장만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처럼, 더 이상은 생각을 빌리지 않고서는 인사이트를 내 손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빌린 생각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돈을 빌려서 생산성 향상에 잘만 투자하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듯이, 생각을 빌린 후 인사이트 도약에 적절히 투자한다면 자기계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가 빌린 생각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생각을 인사이트 도약에 투자하는 방법 또한 모를 것이다. 그리고 이 빌린 생각은 그저 낭비되어 부채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이때 우리 스스로 빌린 생각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스스로 생각해보기." 스스로 생각해야만 나 자신을 진단할 수 있다. 그래야만 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유튜브든 책이든 논문이든 기사든 pdf든 가장 중요한 과정은 스스로 여러번 생각해보는 과정이다. 다만 책이 유튜브 대비 인사이트 도약에 유리한 이유라면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자 특성상, 책은 다독을 하며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가지나, 유튜브는 한 번을 끝으로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가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도 여러 자료를 교차해 보면서 스스로 사유한다면 책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이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 생각을 자꾸 빌리기만 하면 언젠가는 생각불량자가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