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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ism May 21. 2021

동물농장을 읽고

중반부(6~8편) 독재자가 된 혁명가

6.




점차적으로 동물들은 노예처럼 혹사당하기 시작하고 일요일 오후에도 사실상 일을 하도록 강요받기 시작했다. 수확은 점차 줄기 시작함에도 풍차건립은 진행된다. 이는 스탈린 체제가 들어선 후 중공업육성 정책을 피면서 노동자들을 저렴한 임금에 굴리는 동시에 농업에 있어서도 점차 착취가 늘어났던 것을 빗대는 부분이다.


풍차건설은 스탈린의 중공업 육성정책을 빗댄 부분이며 풍차는 이후 소설 부분에서는 프레더릭에 의해 폭파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스탈린에 의해 폭파된 드네프르 댐을 상징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진격을 늦추고 수장을 시키기 위해 스탈린이 내린 명령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농장은 점차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공산품, 즉 농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생필품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겪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의 현상과 연결시킨다면 공산권 국가, 즉 제2세계에서 고질적으로 겪었던 생필품 부족 현상을 빗댄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소련에서도 경공업 미비로 인한 생필품 부족 현상은 존재하였다. 아마도 조지 오웰은 이 부분에 대해서 관찰한 듯하다.)



나폴레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 농장들과 상거래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선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시급히 필요한 특정 원자재를 얻기 위함이라 설명하면서, 암탉들에게 달걀을 파는 희생을 공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풍차 건립에 필요한 물품들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이는 중공업 육성 정책 과정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특히 농민들에게서 곡물 공출을 통해서 경제성장을 이루던 스탈린의 경제정책을 빗댄 부분이다.



나폴레옹은 이에 대한 불만을 아홉 마리의 개를 통해 어린 돼지 네 마리를 비롯한 불만세력이 항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억누르는데, 이는 비밀경찰(NKVD)을 동원하여 불만세력의 조직화를 막아 체제 안정성을 유지하던 스탈린 치하 소련을 빗댄 부분이기도 하다.



동물농장에 대해서는 인간들은 조만간 붕괴할 것이고 풍차 건립은 실패할 것이라고 떠들면서도, 효율적인 운영에 대해 존경심 등과 같은 감정을 품게 된다. 이는 대공황 이후 서구의 지식인들이 소련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게 되는 장면, 서구권 국가들이 소련을 점차 하나의 파트너 국가로 인정하게 되는 장면 등을 고려하면 소비에트 연방 체제가 국제관계에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필킹턴 씨와 프레더릭 씨 중 한 사람과 통상협정을 맺을 것이나, 두 사람과 동시에 통상협정을 맺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은, 나치독일의 성립 이후 추축국과 연합국이 2차 세계대전 전에 소련을 포섭하려는 시도를 했던 모습을 빗댄 부분이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련은 나치 독일과 비밀협정을 맺고서, 히틀러와 함께 폴란드 침공을 하게 된다.)



한편 돼지들은 농장 본채에서 생활하는 등 점차 특권을 가지기 시작하는데, 스노볼은 이를 존스 씨로부터 농장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기에 그 과정에서의 정신노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소련 등 공산권 국가에서 체제 안정을 빌미로 공산당 간부들이 특권계층화 하는 현상을 빗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애써서 만들던 풍차가 갑작스럽게 무너지자 나폴레옹은 이를 스노볼이 한 짓이라고 주장하면서 돼지 발자국 등을 근거로 대는데, 이는 소설의 뒷부분을 참고하였을 때 나폴레옹이 스노볼에게 오명을 씌우기 위해 풍차를 일부러 무너트리고 그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스탈린이 트로츠키를 끊임없이 미국 등 자본주의 진영의 첩자로 몰았다는 사실과 연결시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7.


동물농장의 식량은 점점 부족해지기 시작하고 식량 배급량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풍차 붕괴와 이 사실이 동시에 외부에 알려질 경우 인간들의 사기를 북돋아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을 우려한 나폴레옹은 상거래를 매개하는 윔퍼 씨를 통하여 반대되는 소문을 퍼트리기로 결정했다. 이 전략은 성공하여 윔퍼는 동물농장의 식량은 부족하지 않다고 외부 세계에 계속 떠들어댔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소련의 선전, 즉 환상에 넘어가 소련에 대한 막연한 선망을 가지는 당시 서구 지식인층을 빗대는 부분이다.


현실 속 사례를 대자면 1956년 소련이 탱크를 동원하여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공격하여 수천여명의 시민들을 학살하기 전까지는 소련 체제에 찬사를 보냈던 장 폴 샤르트르나 1931년에 소련을 방문해 찬사를 보냈던 버나드 쇼 등이 사례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계속되는 달걀 공출에 결국 암탉들은 공출을 거부하는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였다. 나폴레옹은 이에 식량 배급을 중지하고 어떤 동물이라도 암탉들에게 식량을 주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개들은 이 명령이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결국 암탉 아홉 마리가 죽은 후에 암탉의 굴복으로 사태는 종료되었다.


이는 계속되는 식량공출과 토지 압수로 인해 농민 계층, 특히 쿨라크 계층과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자, 식량을 전부 공출하고 이들에 대한 물자 공급을 전면 끊어버린 스탈린의 대처를 빗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1000만 명의 농민들이 대기근으로 아사하였으며, 특히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수백만의 아사자가 발생하였다.)



필킹턴과 프레더릭 둘 다 동물농장으로부터 목재를 사고 싶어했는데, 누구에게 팔 것인지 나폴레옹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 부분은 나치독일과 영국,프랑스 사이에서 누구와 연합을 할지 고민하던 스탈린의 모습을 반영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다음해 봄, 나폴레옹은 그동안 스노볼이 동물농장에 들락날락 하면서 온갖 못된 짓들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였다. 동물들은 나폴레옹의 이 주장을 믿고서 안 좋은 일들을 모두 스노볼의 소행 탓으로 돌렸다.


이는 현실 사회 속에서 생기는 모순을 가상의 적(외부자)을 설정한 다음, 모순에 대한 책임소재들을 그 가상의 적에게 돌림으로써 사회 불만을 해소하려는 스탈린을 포함한 독재자들과, 그 선전선동에 넘어가서 사회 모순에 대한 불만을 진정한 원인이 아닌 외부자로 돌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풍자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소련 같은 경우는 미국 등 자본주의 진영과 이후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 등에게 사회혼란의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체제불만을 일정 부분 해소한 측면이 존재한다.


(소설 문구 중 '겨우내 골칫거리였던 쥐들'이라는 언급이 존재한다. 이 쥐에 대해서는 전후 맥락을 참고하면 제정 러시아와 소비에트 연방에 걸쳐서 존재하는 소수민족이나 시베리아 원주민들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후 나폴레옹과 스퀼러는 스노볼이 존스의 첩보원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무공들은 사실 거짓이었고, 나폴레옹이 아니었다면 스노볼의 계략이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은 이에 대해서 바로 수긍하지만 복서는 이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스퀼러의 말에 복서 또한 납득하고, 스퀼러는 말을 끝내고 나가면서 스노볼의 비밀 정보원이 동물 가운데 숨어있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며칠뒤 스퀼러와 나폴레옹은 아홉 마리의 개를 동원해, 나폴레옹의 정책 발표에 의문을 가졌던 네 마리의 돼지들과 달걀 문제로 반란을 주도했던 암탉 세 마리 등 수많은 동물들을 앞으로 불러냈다. 그들에게서 자백을 받은 후, 아홉 마리의 개들에 의해 그들은 전부 처형이 되었다.



수많은 동물들이 처형된 후, 동물에 의해서 동물의 생명이 빼앗겼다는 사실에 동물들은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클로버는 메이저 영감이 그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라고 선동하던 날,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개들이 돌아다니는 가운데 동료들이 찢겨 죽는 참상을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슬퍼한다.



비록 인간들이 돌아오는 것은 막기 위해 계속해서 나폴레옹의 통치를 받아들인다지만, 혁명 초창기에 원했던 것은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거라며 슬퍼하던 동물들은 구슬픈 목소리로 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윽고 나폴레옹의 명령에 의해 은 반란이 완수되었고 더이상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이유로 인해 금지된 노래가 되었다. 대신 시를 쓰는 돼지인 미니무스가 작곡한 노래를 대신 부르게 하였다.



이는 스탈린의 대숙청과 공포정치, 1인독재체제가 만들어진 과정이나 소련의 국가를 '인터내셔널가'에서 '소련 천가'로 바꾼 사건 등과 연결되는 서술이다. 스탈린은 카로프의 암살을 계기로 (키로프의 암살에 대해선 스탈린이 암살의 배후라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반혁명'을 명분으로 하여 볼셰비키 지도자들을 하나하나 처형했는데, 이는 '대숙청'이란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던 당 지도부들을 독일이나 일본의 첩자로 반혁명 활동을 했다는 명목을 씌우거나 해외에 망명해있던 트로츠키와 연합해서 스탈린을 암살하려 했다는 명목을 씌워 처형한 끝에 스탈린 1인의 독재체제가 소련의 정치체제가 되는데, 이를 '스탈린주의'라고 후세에서는 말한다.



이 과정에서 소련의 국가는 '인터내셔널가'가 아닌 '소련 찬가'로 바뀌었는데 이는 소련의 국가에 조국에 대한 열망이 없다는 스탈린의 불만이 대숙청 이후 자리잡은 1인독재 체제에서 반영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8.





처형 사건 이후 동물들은 7계명의 변화를 감지한 듯 하지만 그게 맞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이는 전후 맥락을 고려하면 정치적 의식화가 되지 않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시민(또는 민중)들이 혁명의 원칙의 왜곡과 그로 인한 독재체제의 탄생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정치체제에서 사회변화와 민주적 체제에 대한 열망 또한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포르투갈의 독재자인 살라자르의 경우 정치에 대한 민중들의 관심을 억제하기 위해 3F 정책(Futebol, Fatima, Fado - 축구, 성지(로마 가톨릭, 종교), 포르투갈의 유명 민속춤)을 펼쳤는데, 그 결과 살라자르의 독재정권은 포르투갈에서 장기집권을 이룰 수 있었다.


결국 군부 중 Left-wing 계열 성향을 가진 청년 장교층에 의해 독재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때의 3F 정책과 장기집권으로 인한 포르투갈 경제의 낙후와 교육수준의 저하는 이후 포르투갈에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게 되었다.


반면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국가(프랑스나 대한민국 등)들의 경우 시민들의 교육수준 향상은 정치적 의식화와 민주적 체제와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고 이는 일련의 사회운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예 : 68혁명, 4.19혁명)



한편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은 다른 돼지들과 다른 방을 쓰고, 나폴레옹의 생일에도 축포를 쏘도록 정책이 바뀌었으며, 나폴레옹은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가 공식적인 명칭이 되었다. 돼지들은 나폴레옹에게 '모든 동물의 아버지'나 '인간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양떼의 보호자', '새끼 오리의 친구'와 같은 명칭을 붙이기도 하며, 나폴레옹의 지혜나 다른 농장에서 노예처럼 예속되어 살아가는 동물들을 생각할 때마다 흘리는 나폴레옹의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펼치기도 한다.


성공적인 실적이나 온갖 행운들은 나폴레옹의 공적으로 돌리는 것이 통례가 되기도 했는데,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의 지도로 난 엿새 동안 알을 다섯 개나 낳았어."라고 암탉이 말을 한다든지, 암소 두 마리가 "나폴레옹 동무의 영도력에 감사해야 해. 이 물이 얼마나 맛있는지 말이야."같은 찬사를 하는 식이었다.



나폴레옹에 대한 이러한 개인숭배는 미니무스가 지은 라는 시에 잘 드러나는데, 이는 현실의 사례를 바라보면 스탈린주의에서 나타나는 개인숭배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탈린주의 국가인 북한(DRPK)에서의 개인숭배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의 경우 6.25 전쟁 이후 남로당 세력에 대한 숙청을 시작으로 연안파와 소련파에 대한 숙청인 8월 종파사건, 천리마운동 등을 거쳐 주체사상의 확립을 통해 김일성에 대한 1인독재 체제를 확립하였다. 놀랍게도 미국과 남한의 첩자라는 명목, 수정주의에 빠져 혁명을 흔들려고 한다는 명목 등은 위의 사례들과 비슷한 전개이다.)



폴레옹의 필킹턴과 프레더릭 사이에서의 줄타기 와중에, 프레더릭은 일꾼 20여명을 이끌고 동물농장을 습격한다. '외양간 전투' 때와는 강력한 적의 화력에 주춤하던 동물들은 프레더릭에 의해 풍차가 폭파되는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고 일제히 뛰쳐나가 반격하여 그들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완전히 기진맥진한 가운데 전사한 동물들의 사체가 풀밭에 널려있는 풍경만이 있었다.


이후 나폴레옹은 이를 '풍차 전투'라고 부르며 승리를 자축하고 스스로에게 '녹색 깃발 훈장'을 수여하였다. 이는 나치 독일과 소련이 불가침 조약을 맺었으나, 히틀러가 이 조약을 위반하고 소련을 기습침공하였던 것, 한때는 소련이 수세에 몰렸으나 점차 반격에 성공하여 독일군을 성공적으로 퇴치한 것을 빗댄 부분이다.



한편 동물농장에서는 해괴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는 그동안 7계명이라는 혁명의 원칙이 권력자의 자의에 의해 왜곡되어 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왜곡된 혁명된 원칙에 의해 권력자의 폭정이 합리화되는 것이다.


P.s


3년 전 작성한 글 중 일부를 추려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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