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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yan May 25. 2023

챗 GPT가 되어버렸다

글을 적는다는 것

챗GPT를 처음 사용하면서 ‘이건 혁신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함이 많았던 자기소개와 문장력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글을 적고 난 뒤에는 항상 뤼튼이나 챗GPT와 같은 AI를 사용해 퇴고했다.


오타는 줄고, 문장력은 점점 탄탄해져 갔다. AI가 쓴 글은 내가 적은 글보다 훨씬 멋있었고, 글쓰기 시간도 3시간에서 40분이라는 시간으로 줄었다. 사용하기 정말 편하다는 생각과 함께 대충이라는 벌레가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서론, 본론, 결론에 대한 소스만 주면 긴 문장을 완성시킬 수 있는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From. 독서모임

그러던 중 5월 독서모임 책으로 ‘언어를 디자인하라’가 선정되었다. 적확하다는 문장 표현이 많이 나왔는데 모르는 단어여서 그런지 읽으면서 ‘이거 오타인 거 아니야..?’라는 생각과 함께 흐릿한 웃음을 지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알지 못하는 단어들은 가득했고 홀린 듯이 적확하다를 검색했다. 이럴 수가. 해당 표현은 오타가 아니었다.

적확하다 :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아니하다
정확하다 : 바르고 확실하다.

내가 모르는 문장과 단어들을 살면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넘기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이용한 챗 GPT의 문장들은 전문적으로 보였고, 위트가 넘쳤다. 그렇게  단어를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사용을 남발했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으니 나도 멋지게 보이겠지.


생각의 쓸모는 언어의 다름이 결정하고 언어의 다름은 사람의 다름을 결정한다. 내가 특정 단어를 모르면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세계도 당연히 모른다. 내가 그 단어를 모른다는 것은 곧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세계도 모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언어를 디자인하라, 12p


멋져 보이는 단어, 뭔가 있어 보이는 문장들.

독서모임 멤버들과 함께 언어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 ‘있어빌리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있어빌리티는 말 그대로 무언가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대화에도 전문적인 어휘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경험을 들으면서 '소통이 되지 않는 언어의 사용은 잘못된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모르는 단어를 그저 있어 보이게 사용하는 형태는 대화뿐 만 아니라 글쓰기에서도 볼 수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단어로 가득히 적어놓은 글을 내가 썼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무단으로 다른 사람의 그림을 학습한 AI를 웹툰에 사용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주인공 캐릭터는 멀리서 보면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세세히 따져보면 이빨, 머릿결, 채색 등 뒤죽박죽이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림처럼 보인다. 챗GPT를 사용한 나의 글도 마찬가지다. 멋진 글처럼 보여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문장구조가 논리력이 없고 뚝뚝 끊긴다. 이런 문장들이 다른 사람의 글을 무단 학습해 나온 결과라고 생각하니 AI 사용에 대해 두려움이 들었다.


언어는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글쓰기의 쓸모 등)은 항상 같은 말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남과 다르게 표현하기’라는 문장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늘이라는 단어를 보고 떠올리는 생각을 말해보자라고 할 때 어떤 사람은 그저 파란색 하늘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다른 이는 ‘피곤함을 위로해 주는 바다와 같은 밤하늘이 떠올라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는 경험과 생각에 따른 표현력이다. 밤하늘을 떠올린 사람은 분명 야근을 하거나 일에 대한 고단함을 계속해서 되네였을 것이다.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62-63p


내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늘 어렵다. 멋진 글을 보면 비교하고, 잘하고 싶어 허덕이는 건 당연하고.


챗 GPT를 사용한 완벽한 글보다 내 감성과 생각이 들어간 문장을 지향하기로 했다. 오타가 가득한 글도, 논리력이 부족한 글도 괜찮다. 오타를 줄여가는 일도 하나의 미션일 거고, 부족한 논리력을 채워가다 보면 어느새 발전한 내 글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한 때 나는 챗GPT 그 자체였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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