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들으라고 하는 이유
주위를 보면 클래식 음악은 어려워서 아무나 듣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사가 없는 경우가 많고 너무 길어서 지루하고, 제목도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대중음악은 그냥 듣기만 해도 멜로디와 리듬이 금방 마음에 와 닿는데, 클래식 음악은 미리 공부를 좀 하고 듣지 않으면 당최 뭐가 뭔지 잘 알 수가 없어서 좀처럼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불평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입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전공자나 상위 1%의 특별한 사람들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은 아니지만 약간의 준비만 갖춘다면 누구라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음악이 클래식 음악인 것입니다.
그럼, 약간의 준비는 왜 필요할까여? 그것은 클래식 음악이 수백 년 전에 그것도 우리와는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나라의 언어를 알아야 하듯, 오래 전 서양 사람들이 즐겨 듣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이나마 사전 지식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시대의 분위기나 작곡가들의 삶, 주변환경, 그리고 악기나 음악의 발달과 변천사 정도를 알아둔다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데 한층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고전파 시대에는 음악의 형식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으므로 그러한 형식들을 이해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든 적든 왜 굳이 공부까지 해가면서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하는 걸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고급 음악이라서 그런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클래식 음악도 결국은 수많은 음악 중의 한종류일 뿐입니다.
클래식 음악과 다른 음악 사이에 우열관계 같은 건 없습니다. 각각의 음악은 다 나름대로의 개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그것을 올바로 이해하고 충분히 즐기려는 태도가 더 바람직하고 성숙한 자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클래식 음악을 중요하게 여기고 즐겨 들으라고 하는 진짜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듣는 클래식 음악이 대부분 만들어진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시기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과학과 천문지리학이 발달함으로써 항해와 탐험의 시대가 열렸고, 상업의 발달과 산업혁명의 결과로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으며, 봉건시대가 물러나고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상이 널리 퍼지면서 프랑스 대혁명을 비롯한 시민혁명들이 일어났습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문학, 음악, 미술 등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중 음악의 경우 종교 음악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을 위한 음악의 시대가 열렸고, 여기에 악기의 발명, 화성법의 발달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결합되고,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위대한 음악가들까지 줄줄이 배출됨으로써 그 어느 시대보다 완성도 높은 음악이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이전 시대의 예술 작품이 형식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하거나 정신적인 부분만 강조함으로써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에 비해 이 시대의 작품들은 형식미와 내용의 균형을 갖춤으로써 좀 더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시대를 일컬어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미의 최대치를 실현한 시대"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음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음악이었고, 가장 위대한 음악가들이 만들어낸 인류의 문화유산인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시대의 음악은 시대와 민족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며 계속 연주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클래식 음악은 과거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이지만 그 시대, 한 계층의 음악만이 아닌, 인류를 대표하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것입니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은 인류가 낳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이자, 동시에 인류의 선조들이 후손들에게 남긴 값진 선물을 고맙게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