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3일차
혼자 있으면 자살 자해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워서 입원했던 거라 남편이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주말이 되어 퇴원을 하기로 했다.
약이 잘 맞았는지, 환경 때문이었는지 충동은 거의 가라 앉았고 우울함도 덜해졌다.
아침을 먹고 난 후 간호사실에서 믹스커피를 두어개씩 나누어줬는데 별 생각이 없어서 안 받아왔더니 우리 방 왕언니가 커피 안 마시냐며 나를 챙겼다. 안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왜, 살찔까봐?‘ 라고 하길래, 그냥 웃으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왕언니가 돌아서며 지나가는 말로 ‘지금 예쁜데 뭘’ 이라고 했다. 눈물이 좀 났다.
병동의 오늘 아침 활동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노래방의 날이었는데 음정 박자가 하나도 맞지 않는 노래와, 불규칙한 박수 소리가 이상하게 슬펐다.
주치의 선생님이 올라 오신다기에 로비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멍하니 있는 나에게 누군가 커피 한 잔 하라며 믹스커피를 하나 주고 갔다.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고 오전에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남편이 데리러 오는 오후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얌전히 시키는대로 했다.
되도록이면 가능하면 일을 쉬면서 통원 치료를 자주 오는게 어떠냐고 해서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택시를 부르고 병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도움을 많이 주셨던 직원 아저씨가 화이팅 하세요! 라고 했다. 또 눈물이 찔끔 났다.
집에 돌아와서 목욕을 하고 - 화장실 문이 안 잠겨서 자꾸 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제대로 씻질 못했다 - 낮잠을 자고 있으니 남편이 돌아왔다. 시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너무 많이 우셔서 죄송했다.
저녁에 퇴근한 언니와 남편, 셋이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멋진 카페에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