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춤추는 헤르만 헤세 Nov 18. 2021

반짝


몸도 마음도 모래주머니를 찬 것 마냥 무거웠던 늦은 시간이었어요.

먹먹했던 가슴속으로 선선한 밤공기를 집어넣었죠.

터덜터덜한 발걸음을 멈추고 새까만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반짝.     


홀로 빛나고 있는 작은 별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딘가 쓸쓸해 보였어요. 외롭고.

혼자 남겨진듯한 감정에 휩쓸리기 싫어서 머리를 휘젓고 가던 길을 마저 가려했죠.     


그때, 다시 반짝.     


그 별 옆으로 또 다른 별이 나타났어요.

두 개의 별은 나란히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어요.

친구가 생겨서 힘이 났는지 처음 보았던 별이 전보다 밝아진 것 같았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반짝, 반짝, 그리고 또 반짝.

별들이 모여들고 있었어요.

어두컴컴했던 밤하늘은 어느새 작지만 강한 별들로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죠.     


별들은,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대요.

단지 밤에 가려져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지금도 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빛나고 있어요.     


그러니까 잠시 기다리면 보일 거예요.

나의 별이, 당신의 별이.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한 늦은 시간, 길을 걷다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아무도 날 위로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 어느 날에 우연히 밤하늘로 눈이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유심히 보아야 보일 정도로 작은 별이 하나 붙어있었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였다. ‘너도 나랑 똑같구나.’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고개를 숙이는데 그 별 옆에 또 다른 별이 나타났다.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는 건 유치원생들도 아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새롭게 나타난 그 별이 무척 신비롭게 느껴졌다. 마법에 홀린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장면을 보았다. 새로운 별이 눈에 들어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재보았다. 한 20초에서 30초 정도 걸렸다. 그렇게 열몇 개의 별들을 찾아내고 나서야 밤하늘에서 눈을 뗐다. 그러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살짝 평온해진 것 같았다. 어느 책에서 읽은 ‘별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라는 문구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울적한 밤이면 별을 찾아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별들은 한 번에 전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본 후, 스스로 답을 내렸다. 별이 시간차를 두고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건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라고. 모든 게 끝난 것만 같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조금만, 조금만 더 견뎌내면 우리가 찾던 행복이 보이게 될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 구나,라고 답을 내렸다. 시간이 흘러 서울의 밤하늘에 별이 한꺼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광공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내가 내린 답을 계속 굳게 믿기로 했다. 별들이 내게 준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지금까지 잘해왔어.


작가의 이전글 그 애의 피부는 유난히도 하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