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한 늦은 시간, 길을 걷다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아무도 날 위로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 어느 날에 우연히 밤하늘로 눈이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유심히 보아야 보일 정도로 작은 별이 하나 붙어있었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였다. ‘너도 나랑 똑같구나.’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고개를 숙이는데 그 별 옆에 또 다른 별이 나타났다.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는 건 유치원생들도 아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새롭게 나타난 그 별이 무척 신비롭게 느껴졌다. 마법에 홀린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장면을 보았다. 새로운 별이 눈에 들어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재보았다. 한 20초에서 30초 정도 걸렸다. 그렇게 열몇 개의 별들을 찾아내고 나서야 밤하늘에서 눈을 뗐다. 그러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살짝 평온해진 것 같았다. 어느 책에서 읽은 ‘별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라는 문구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울적한 밤이면 별을 찾아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별들은 한 번에 전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본 후, 스스로 답을 내렸다. 별이 시간차를 두고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건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라고. 모든 게 끝난 것만 같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조금만, 조금만 더 견뎌내면 우리가 찾던 행복이 보이게 될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 구나,라고 답을 내렸다. 시간이 흘러 서울의 밤하늘에 별이 한꺼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광공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내가 내린 답을 계속 굳게 믿기로 했다. 별들이 내게 준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