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리움이 밀려온다. 대부분은 이동 중인 시간이다. 일이 제일 많은 날.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는 날. 그래서일까. 상상력이 발동되고, 그것은 그리움이라는 모호하긴 해도 형체가 있는 감정으로 구체화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거나 전화를 받는다. 물기가 잔뜩 밴 갈망하듯 애조 띤 목소리로.
"어디예요?"
갈 길이 바쁘면서 근처에 전화기 너머 그 사람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만날 기세다.
"강남으로 이동 중. 엄청 급한데 차가 무지 밀리네."
아무렴. 그리움은 그리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 암, 그렇고 말고.
"몇 시에 끝나나요?"
건너편 그 사람이 나의 갈망을 무너뜨릴 걸 예감하면서 다시 한번 묻는다.
"잘 모르겠는데. 오늘 꼭 결론내야 하는 중요한 미팅이라. 저쪽이 좀 회의적이라 설득이 필요해."
예감은 대체로 불길한 쪽으로 뻗어간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심심한 안부를 물어본 양 "그래요. 일 봐요."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아쉽고 서운하다. 나는 시선을 앞에 둔 채 운전을 한다. 머릿속에 그 사람이 떠오른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여전히 그 향수를 뿌렸을까? 머리는 짧을까, 길까? 언제나 단정한 사람이다. 불현듯 약속 잡고 만나는 날에도 한결같이 단정했다. 한결같은 그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만남은 쉽지 않았다. 여유로운 데이트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리움은 유독 정신없이 일할 때 밀려온다. 그 사람도 항상 고삐를 죈다. 나를 보고 싶기는 한가, 알 수가 없다.
저녁 7시. 비라도 오는 화요일이면 포로처럼 사로잡히고 마는 시간. 허기가 밀려오는 그 저녁 7시. 어제 화요일은 일이 끝난 후 실내 포차에서 기계 우동을 먹었다. 쫄깃한 면발을 씹으며 그리움이란 얼마나 맛있는 것이냐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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