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호 Jul 31. 2023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그녀와 단둘이

오랜만에 그녀와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 5시 30분.


그녀에게 저녁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그녀는 "김치볶음밥을 해 먹자"라고 했다.


다만 1시간 정도 놀다 하자고 했다.


그녀는 바둑판을 바라보며 "오목을 두자"라고 했다.


내가 오목 한 판을 이기자 그녀는 "바둑을 둘 줄 아느냐"며 "가르쳐달라"고 했다.


바둑 한 판 제대로 마쳐본 적 없는 내가, 그녀에게 아는 대로 바둑을 가르쳤다.


그녀는 내 말에 귀 기울였다. "바둑을 한 판 둬보자"고 했다.


나는 "바둑은 집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녀를 이끌었다.


우리는 바둑을 제대로 두는 건지, 알지도 못한 채 즐겁게 돌을 갖고 놀았다.

그녀와 내가 둔 바둑

바둑은 승부를 낼 줄 모르니, 이긴 이가 없었다.


오목은 내가 한 판, 그녀가 한 판씩 이겼다. 추가로 펼쳐진 알까기도 1대1이었다.


내 돌로 상대 돌을 쳐서 내보내기보다,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밖으로 내보낸 이가 졌다.


바둑판을 치우자 그녀는 배가 고픈지, "김치볶음밥을 같이 만들자"고 했다.


우리는 같은 도마 위에서 비엔나소시지를 잘랐다.

그녀가 소시지를 썰고 있다
내가 썰은 익은 김치

내가 김치를 썰자 그녀는 달걀을 풀고 밥솥에서 밥을 펐다.


그녀는 냉장고 문을 열고 참기름을 찾았다. 참기름은 냉장고가 아닌 찬장에서 나왔다.


그녀는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김치를 볶았다.


나는 김치가 들볶였을 때를 맞춰 소시지를 넣었다. 그녀가 같이 볶는다.


김치와 소시지가 다 볶이면 프라이팬 한 켠으로 옮긴다.

그녀가 달걀을 푼다

달걀물은 또 다른 한편에서 들볶인다. 우리말로 무엇인지 모르는 '스크램블'이 된다.


이제 퍼놓은 밥을 넣고 김치, 소시지, 달걀을 함께 섞는다. 김치국물을 서너 숟가락 넣는다.

그녀는 나무 뒤집개로, 나는 밥주걱으로 같이 재료와 밥을 볶는다.


우리는 프라이팬 위에서 뒤집개와 주걱이 부딪히며 볶이는 김치볶음밥을 보고 웃는다.


그라탕을 담아야 할 거 같은 그릇에 김치볶음밥을 담아 먹는다.

완성한 김치볶음밥

그녀는 "엄청 맛있다"며 신나게 밥을 먹는다.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밥을 먹던 그녀는 "다 먹으면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그녀는 내 딸이다.

작가의 이전글 추억이 담긴 가방을 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