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해줄게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있다는 건 아니다.
요즘 내게 "밥 잘 챙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밥상 앞에 마주 앉으면, 그 사람이 보인다.
좋아하는 반찬, 먹는 습관은 그 사람을 드러낸다.
그래서 "같이 밥 먹자"는 엄청난 일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없지만,
요즘 내게 반찬 해준다는 사람은 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반찬 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은 먼저 달걀 장조림을 해줬다.
그 사람이 해준 반찬은 나도 만들 줄 안다.
장조림은 달걀을 삶고 까서 간장에 조린다.
소시지는 칼집을 내서 야채와 볶다, 스크램블과 섞는다.
매운 고추를 썰어 기름에 먼저 넣고 어묵을 마저 볶는다.
나는 비엔나소시지, 사각어묵 같은 걸 날로 먹는다.
그걸 본 그 사람이 소시지볶음, 어묵볶음을 해줬다.
귀찮아서 날로 먹는 게 아니라, 생맥주 같은 느낌이랄까.
그 사람이 해준 반찬에는 '정성' 한 숟갈이 담겼다.
그 사람은 반찬 잘해주는 동네 형이다.
바보형 그런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