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란트팔츠 필하모니의 경영 사례와 한국 예술단의 과제
인턴 기간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청소년 클래식 홈페이지의 한국어 번역 작업을 하며 여전히 라인란트팔츠 필하모니(Deutsche Staatsphilharmonie Rheinland-Pfalz)의 일원인 것처럼 느껴진다. 필하모니의 새 시즌은 9월 1일부터 시작된다. 지난주, 필하모니로부터 작년 시즌의 프로젝트 보고서와 매거진이 우편으로 왔다.
라인란트팔츠 필하모니(이하 DSP)의 모델 프로젝트는 내가 이전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사회적 요구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지속적인 실험이다.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DSP는 새로운 방식으로 활동을 지속했고, 그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창의성과 유연성을 다시 발견했다. 그 결과, 오케스트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DSP는 여러 차례 공공기관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오케스트라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경험하고 그 매력에 빠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DSP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80/20 원칙'을 도입했다. 근무 시간의 80%는 정규 운영에, 나머지 20%는 새로운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모든 직원과 연주자가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투명한 과정 속에서 평가된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환경이 DSP의 강점이다.
모델 프로젝트에서는 총 78개의 아이디어가 제출되었으며, 그중 63개가 채택되었다. 41개는 실행 권고를 받아 32개가 지난 시즌에 실현되었고, 9개는 새 시즌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합되어 실행될 예정이다. 평균적으로 62명의 직원과 연주자가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평가했으며, 90% 이상이 DSP를 매력적인 직장으로, 80%가 자신의 업무가 의미 있다고 답했다. 또한, 80% 이상이 모델 프로젝트가 오케스트라의 사회적 연관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했고, 70% 이상이 새로운 관객 유입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두 차례의 관객 설문조사 결과, 94%와 97%가 공연이 매우 만족스럽고 감동적이었다고 답했으며, 98%가 DSP의 공연을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관객들은 DSP를 '친근한', '창의적인', '혁신적인', '중요한', '커뮤니티 구축'과 같은 단어와 연관 지었다. 이러한 결과는 DSP의 접근 방식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성공적인 공공 문화기관의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독일의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자체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지만, DSP처럼 모든 직원과 연주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화예술 기관은 거의 없다. DSP는 정해진 프로젝트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직원과 연주자가 직접 참여하고 투명한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반면, 한국의 공공 예술단은 정기 연주와 외부 연주자 섭외에 운영 제작비의 대부분을 사용하며, 예산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여력이 부족하다. 또한, 기획과 홍보를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가 어렵고, 예술가들의 좁은 시야와 한정된 경험도 문제로 작용한다. 예술단은 공공 문화 조직으로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내부 자원을 활용하여 보다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내부적 환경뿐만 아니라 구조적, 제도적 제약에서도 기인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많은 문예회관이 예술단과 별도로 아웃소싱 기획 공연에 수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만약 이 중 20%, 아니 10%만이라도 예술단의 인력과 자원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또한 순환보직 단순 업무 공무원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전문 임기제 문화예술 경영인을 투입하여 예술단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예술단이 주도적으로 전체 문예회관의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독일의 문화예술 관련 정치 이해관계자들은 순수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공 문화 지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는 한국의 공연예술계와는 출발점부터 다른 점이다. 따라서 한국 예술단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술가들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풀뿌리에서부터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단체 협약뿐만 아니라 배우, 작가, 연주자, 예술 경영자들이 활발히 네트워킹하고 목소리를 낸다. 한국의 예술계도 공공의 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DSP의 훌륭한 공공기관 경영 사례처럼 개방적이고 투명한 아이디어 제안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이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사실 부차적인 일이다. 예술가들의 인식 변화가 먼저다. 이는 곧, 한국의 예술단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더 넓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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