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발생한 앙코르 논란은 단순한 예술적 갈등을 넘어 한국 오페라 운영 방식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다.
논란은 토스카 3막에서 테너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 끝난 후, 지휘자와 테너가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화답해 앙코르를 진행한 것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오페라의 서사적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예술적 신념에 따라 앙코르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공연 전에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이에 항의의 표시로 커튼콜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예술가의 신념과 관객의 기대가 충돌한 대표적 사례로 비춰졌으며, 게오르규의 행동은 일부 관객들에게 "한국 관객을 무시한 것"으로 비춰져 환불 요구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그녀의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페라의 예술적 무결성을 지키려는 의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이 단순히 예술가 간의 갈등이 아니라, 오페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소통 부재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오페라단은 대부분 전속 단원 없이 임시 계약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오페라단도 예외가 아니다. 외부에서 주역 가수,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임시로 고용해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임시적 운영은 예술적 일관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제작진 간의 협업과 조율을 어렵게 만든다. 이번 앙코르 논란은 바로 이런 비체계적 제작 방식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만약 공연 전 명확한 합의와 체계적 조율이 있었다면, 이런 갈등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대중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오페라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논쟁의 초점은 예술가 개인에 대한 비난에 치우쳤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개인적 갈등을 넘어서, 한국 오페라 제작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론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오페라계가 '제작극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 제작극장 시스템은 공연 기획, 제작, 연습, 상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예술가와 스태프 간의 원활한 소통을 보장하고, 작품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 시스템 하에서는 공연의 흐름을 중단하거나 예술적 신념을 침해하는 일이 줄어들고, 공연의 질 또한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번 앙코르 논란을 계기로 한국 오페라계는 단순히 예술가와 관객 간의 갈등을 넘어서, 더 나은 공연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제작극장 시스템의 도입은 예술적 완성도와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 오페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