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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Dec 14. 2021

자유로운 영혼

가정보육의 추억

첫째가 두 돌 무렵부터 물감을 접했다. 그 전에는 대부분 크레파스, 색연필 등등의 미술도구였다면 물감은 조금 더 큰 아이들이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이가 물감에 관심을 보여 물감을 사주었다. 

24개월 아이가 물감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까?를 생각하기보다 이 물감을 어떻게 사용하려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물감과 붓 그리고 큰 전지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붓에 물감을 묻혀 '오잉?' 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얀 종이에 하나 둘 표현하기 시작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한 껏 집중을 한참 하더니 갑자기 자기 몸에 붓을 가져가더니, 몸에 물감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 아이는 물감 놀이를 엄청 좋아하게 되었고, 매번 물감을 몸에 바르며 놀게 되었다.

물감 놀이 후 씻기면 되니, 아이가 자유롭게 자기표현하고 즐기는 모습이 예뻤다.

가정 보육을 하다 보니,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아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몸은 비록 피곤해도 마음만은 가득 찼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주에 서너 번은 물감 놀이를 했던 아이였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잠시 퍼포먼스 형태의 물감 놀이는 쉬었다. 

어린 아기를 돌봐야 했고, 무엇이든 입에 넣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생을 배려해야 했다.




둘째가 돌이 지나고, 의사표현도 많아지고 말길도 잘 들을 무렵 다시 시작된 우리의 미술놀이.

둘째는 오빠처럼 온몸에 바르며 놀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았던 둘째. 그녀의 만행을 사진으로 남기겠다.


뉘 집 딸인가요?
청록색 스타킹을 신은 듯 한


8년간 가정 보육하며 경험한 무수히도 많은 온몸 퍼포먼서.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되어 아이들에게 보여 주면 내가 이랬다고? 하며 발뺌하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남매의 물감 놀이

누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렇게 하고 싶은 거 마음껏 다 하게 하면 애 버릇 나빠진다고.

하지만, 나도 나름의 규칙이 있는 엄마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의 유야기 시절을 돌아보니, 그때 자유롭게 표현하던 생활 덕분에 자신이 느끼는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놀이에 집중했던 시간이 이제는 다른 곳에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제 곧 11살 8살이 될 남매 아직도 온몸에 칠하고, 벽에 칠하고 그럴까요?

여전히 미술을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소묘에 흠뻑 빠진 첫째, 자신의 방을 미술 방으로 모두 바꾼 둘째.

하지만 이제는 의젓하게 미술을 대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규칙적이고, 절제력이 있다. 

자기만의 속도대로 자기만의 색깔대로 그렇게...


아이에게 다른 어떤 스펙 보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스펙을 쌓으라고 하고 싶다.

그 안에는 분명 자신만의 규칙과 절도가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듯,

나도 내 육아에 색깔이 있다면 무슨 색깔일까?

당신은 어떤 색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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