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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Feb 16. 2022

복채 100원으로 아이 미래를 점쳤다.

가정보육 시간이 한해 한해 쌓여 갈수록 우리 집만의 생활시간표가 만들어져 갔다.

오전에는 아침 먹고 놀이터로 향했고, 점심쯤 집으로 돌아와 점심 먹고, 오후 놀이는 그날그날 달랐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주로 밖으로 나갔다. 가까운 마트부터 시작해 옆 동네 놀이터 투어, 서점, 문방구 등등 우리는 온 동네를 빠삭하게 알 정도로 매일매일 나들이를 다녔다. 새로운 곳을 마주할 때마다 설렘으로 가득 찼었다. 주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했지만, 둘째를 임신한 후부터는 택시를 자주 탔다.


그날은 첫째 원진이와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해서 과학관 관람을 갔던 날이다. 가정 보육하며 중요했던 활동 중 하나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각종 체험을 맛보는 재미였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 아이와 맘껏 즐기며 하나하나 깊게 체험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던 기억이다. 아이와 몇 시간 돌아다니고 오후가 되면 녹초가 되곤 했다. 거기에 둘째까지 임신한 몸이라 돌아가는 길에도 택시를 타야 했다.


4살 아이의 손을 잡고 쌩쌩 달리는 도로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 모습에 아이도 함께 손을 들어주곤 했다. 나에게 가장 어린 꼬마 친구가 되어 주었다.


택시가 한대 잡혔다. 아이를 먼저 태우고 뒤따라 내가 탔다. 택시 뒷자리에 택시 아저씨 뒷모습을 바라보니 덩치가 크고 살집이 있는 아저씨였다. 우리를 반겨 주셨다. 아이 데리고 탄 내게 아저씨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아이 데리고 어딜 갔다 오느냐고 묻고, 아이가 몇 살인지 묻고, 내 볼록한 배를 보고 몇 개월 되었느냐고 물었다.


아~ 네, 지금 7개월 되었고, 딸이에요.

신호대기에 걸려 택시가 잠시 멈추고, 아저씨는 나와 원진이를 물끄러미 보셨다. 민망한 눈길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버스나 지하철을 선호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택시를 타면 괜히 긴장이 되곤 한다. 아무래도 택시 타고 가던 중에 사건 사고가 일어난 뉴스를 봤었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더욱더 몸을 꼿꼿이 세우고 정신을 빠짝 차린다.

예사롭지 않은 차 안의 인테리어와 유독 덩치가 큰 아저씨의 등짝이 눈에 들어온다.


택시 아저씨가 입을 여셨다.

"음, 뱃속에 아이가 대한민국 3%야~ 3%"(1%도 아니고, 3%는 뭐람ㅎㅎㅎ)

"대단한 여자 아이가 나올 거야"

"그리고 아들은 자기 스스로 잘 커~얘는 자기가 알아서 다 해~"


괴짜스런 아저씨의 말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어머 어머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저씨를 의심해 놓고, 어느새 자식 좋은 얘기 해주니, 바로 변하는 엄마라니

그러면서 아저씨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말이야, 사람 볼 줄 알거든 한때 점쟁이 일을 했었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더 듣고 싶어도 동네에 다 도착했다. 왜 하필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도착해서...

택시 아저씨가 점쟁이 었다는 얘기 이후가 더 궁금했지만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점을 봐줬으니, 복이 달아나지 않게 100원 있으면 내라고 하셨다.

100원을 정말 달라는 것일까? 놀리려고 하는 말씀일까? 뭘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황당한 금액 100원'이지만 아이들 미래를 어쨌든 좋게 말해준 분이니 100원을 드리고 택시비를 결재하고 내렸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이상하게도 힘이 있었다.

괴짜 아저씨의 점꾀 덕분인지 두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그날, 100원 내길 잘했다. 


육아 11년 차 주부가 된 지금.

어쩌면 아저씨는 아이를 한 없이 믿어주고,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라는 말씀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사람의 영혼과 마음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한 사람의 영혼과 마음속에 사랑으로 가득 채울 매일매일을 기대한다. 

오늘도 아이를 사랑합니다.


사랑은 인내심을 쉽게 잃지 않는다.

사랑은 건설적인 방법을 찾는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다.

사랑은 참는 데 한계가 없고, 믿음에 끝이 없으며,

희망이 시들지 않음을 안다. 실제로 사랑은 다른 모든 것들이

무너진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한 가지이다.


인내하며,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지 찾고

내가 애썼다고 아이를 소유하려 들지 않으며,

아이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는 것.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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