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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Feb 08. 2022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나요?

새벽 4시 50분 알람이 울렸다. 5시가 되기 10분 전에 알람이 항상 울린다.

? 정각 5시에 깨려고 10 전으로 알람을 맞춰 놓는다. 5분은 뒤척 뒤척, 5분은  때린다. 약속을 한결같이 지키는 알람은 오늘도 4 50분에 얄밉게도 울린다. 다른  보다 몸이 무겁고 깨기 힘들었다. 알람을 끄고, 순간 고민했다. 다시 누울까? 1시간만  자고 6시에 일어날까?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머리를 베개에 다시 붙였다. 1초도 안돼 일어났다. 블로그에 남겨야  필사 글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와 약속한 것도 아닌 혼자 하는 '필사 인증'.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먹인 솜처럼 묵직한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오니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음양탕이 피부에 좋다길래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필사할 노트와 책을 꺼낸다.

요즘은 순서대로 필사하지 않고, 그날그날 마음에 들어오는 페이지를 필사하고 있다. 가끔은 구절 찾다가 시간이 늦어질 때도 있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물 70% 찬물 30%를 넣고 10초 정도 기다린 후 마시면 좋다고 한다. 물 한잔 마시며 필사할 부분을 찾는다. 왜 이리 쓰고 싶은 부분이 없는지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새벽에 깨어나 조용히 시간 보내기가 목적이면서 필사도 후다닥 끝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보인다. 필사를 얼른 마치고 무얼 하려고? 매일 해야 할 숙제 같은 필사를 마치고 나면 오늘 해야 할 큰 일을 끝낸 기분이 든다. 마음에 드는 문구 또는 내 생각과 맞닿아 있는 문장을 찾았다. 글씨 잘 써지는 펜을 찾아 빈 종이에 글을 쓴다. 타임스탬프를 찍고 블로그로 향한다. 블로그에 필사한 사진을 첨부하며 그때 느끼는 감정을 간단히 기록한다. 글은 참 신기하다. 아무 생각 없다가도 자판기에 손을 올려놓으면 내 손이 마법을 부리듯 여기저기 왔다 갔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빈 화면에 글이 채워진다. 얼마나 채워졌을까 마우스로 끌어당겨 본다. 생각보다 글이 적다. 실망한다.




6시가 되면 쌀을 씻고 냄비에 15분간 불려 놓는다. 가족들이 냄비밥을 좋아해서 요즘은 냄비에 밥을 짓고 있다. 밥하는데만 1시간이 걸린다. 타이머가 있어서 그나마 손쉽게 밥을 짓는다. 내 가족들 밥 맛있게 먹을 수만 있다면 그깟 밥 짓는데 1시간 신경 쓰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그렇게 밥 올려놓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멍 때리며 여기저기 블로그 이웃들 기웃거렸다. 독서도 글쓰기도 하지 않고 새벽 시간을 홀딱 보내고 가족들을 맞이 했다.

 

신랑과 두 아이를 보내고, 아침에 구상해 놓았던 가구 옮기기를 실천했다. 독서나 글쓰기가 하기 싫은 날은 가구 옮기는 작업을 한다. 몸을 움직이면 그나마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한 시간쯤 가구 옮기는 작업을 마치고, 둘째 데리러 가기 10분 남았다. 10분 남겨 놓고 옷도 갈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왜 글 쓰기를 시작했을까? 지금 안 쓰면 오늘 글쓰기는 한 줄도 적지 못할 거 같아서 무작정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이 글을 적기 전에 글쓰기 수업 후기를 찾아봤었다. 글쓰기 수업받은 분의 후기 글 속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내 경험을 구체적으로 써라. 한 가지 장면만 떠올려 구체적으로 표현해라. 평범한 일상 속 경험을 그냥 넘기지 말고, 글로 남겨라.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쓰며 보통 때와는 다른 감정이 있었다. 그러니, 고민 말고 쓰자. 글 잘 쓰고 싶다면 무작정 떠오르는 것부터 쓰자.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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