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금 웃긴 엄마예요. 제가 생각해도 좀 웃겨요. 두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저는 무게 있는 엄마는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제 어릴 적 실수했던 일들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해요. 그리고 열심히 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종종 이야기해요. 엄마가 어릴 적 내성적인 스타일이었지만 개구진 모습은 많았다며, 엉뚱했던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요즘 11살인 첫째는 "엄마가 너무 좋아." 라며 사랑 고백을 자주 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찌릿해요.
실수 투성이인 엄마를 사랑해주니 고마워요.
설날 연휴 동안 아이들과 매트릭스 영화를 함께 봤어요.
히어로 시리즈에 한참 빠져 있는 첫째를 위해 아빠가 옛날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를 소개해 주었지요.
잠자러 들어가서 아빠가 들려주던 '매트릭스 영화'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아이들은 흔쾌히 OK를 했죠.
두 아이가 생각보다 매트릭스 영화에 흠뻑 빠져 보고, 질문도 많이 했지요.
저 당시에 영화를 저는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요. 지금 보니 VR이 떠올랐어요. 아이들에게 VR로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었지요. 그렇게 매트릭스 1편을 재미나게 보고, 2편도 보고 싶다고 했지요. 다음에 또 2편 보자 했는데요. 매트릭스 2는 15세 관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가족 영화는 매트릭스 1로 마무리되었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아이들은 영화의 여운이 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인물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상상력을 동원해 매트릭스 2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곤 했지요.
첫째가 질문합니다.
"왜 매트릭스 2는 15세일까? 아빠? 잔인해서 일까? 피가 나올까? 아님 이해하기 어려워서?"
"글쎄, 15세인 이유가 있겠지 ㅋㅋㅋ."
아이들은 늘 궁금합니다. 그 호기심 모두 채워 줄 수는 없기에 미궁으로 그냥 빠트립니다. 아니면 아이들의 질문에 헤어 나올 수가 없거든요.
어제 식탁에 앉아 가만히 제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나 봐요. 저는 제 자신을 볼 수 없어 몰랐지요.
무표정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의 말로는요.
첫째가 갑자기 저에게 엄마 인상 써봐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인상을 썼지요.
그러더니 하는 말.
엄마 모피어스 같아! 지금 딱 그 표정 모피어스야!
충격을 감출 수 없었지만, 웃음이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겼지요. 온 가족이 깔깔 거리며 웃고 난리가 났습니다.
언제는 김태희 닮았다더니.......
하지만 엄마가 망가짐으로 인해 가족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면 백만 번 망가집니다.
그러면서 첫째가 더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엄마, 입술을 조금 내밀고 부루퉁하게 해 봐~인상 팍~ 쓰고"
엄마, 모피어스 잡혀 갔을 때 땀 흘리는 장면 있지? 그때 그 얼굴 같아~
아이는 그날 밤 함께 욕실에서 양치하며, 저에게 말합니다.
PS. 매트릭스에 나오는 모피어스가 궁금하시다면 네이버로~ g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