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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2 아이들이 부모를 설득하는 방법

막내와 막내 친구들, 요즘 아이들

by 프레즌트

요즘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학교에서 수학여행도 사라지고, 간단히 당일 놀이기구를 타거나 진로체험으로 대신하는 분위기이다. 아이도 부모인 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선생님들도 힘드시고 가끔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하게 되면 이런저런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첫째와 둘째는 2~3일 코스로 학교 수학여행을 다녀오긴 했다.


우리 막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서 아이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교회 수련회 가는 것을 좋아하긴 한다.


그러다가 몇 달 전 아이가 경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였다. 놀라서 그 멀리?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 있는 놀이공원도 가보고 싶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단다. 집 근처 srt를 타고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서 가보겠다고 했다. 우리는 아이들끼리 당일코스라도 가는 건 안된다고 못을 박았고 그 이야기에도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엄마들도 같이 가는 것으로 다시 조율하기 시작했다.


아이들끼리 일정을 짜고 금액도 계산을 해보고 했던 모양이다. 아이들 어머니들도 함께 가는 김에 1박을 하고 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온 모양이고 나는 자고 오는 것은 부담이 되어서 당일로 가자고 했다.


사실 당일로 가는 것도 가는 길이 멀어서 망설여지는 판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막내가 다른 어머니들이 못 가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여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이들 넷을 데리고 가는 거는 아닌 것 같아서 반대를 하게 되었다.


막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호소를 하였고, 엄마들 안 가셔도 자신들이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고 말을 하였다. 너희들만 보내는 건 말이 안 되고, 엄마가 너희 넷이랑 그 먼 길을 가는 거는 자신도 없고 고생스러울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을 전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아이 친구 어머니들께 카톡으로 연락을 드려서 가까운 장소로 옮기자고 설득을 하였다. 아이들끼리 가는 거는 너무 위험하고 왕복 소요 시간만도 넉넉잡고 8시간인데, 얼마 놀지도 못하고 오는 비효율적인 여행이 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엄마인 내가 걱정하는 부분을 듣더니 친구들과 다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다시 엄마들이 몇 분 더 같이 가실 수 있도록 날짜를 조정하기로 했다면서, 가는 방법과 소요 시간, 금액적인 부분에 대한 계획서를 보여줬다.



그 계획서 내용은 이렇다.


아이들이 짠 계획


한편 기특하기도 하고 웃음도 나왔다. 결국 나 말고도 한 두 분이 더 같이 가기로 하고 아이들의 계획대로 움직여보기로 했다. 아이들 스스로 짠 계획에 동승만 하기로 한 거다.


사실 어머님들이 안 가시면 나라도 따라서

다녀올까 한다. 수학여행도 못 갔는데, 아이들의 간절함이 나의 마음을 바꿨다. 이 정도는 함께 가도 좋겠지 싶고 아이들 나름의 추억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제법 컸다.


본인들이 모은 용돈으로 가겠다고도 했다. srt 예매부터 알아서들 해보게 맡겨보려고 한다. 새벽 5시에 srt 역에서 출발하기로 했다는데, 아무튼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졌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나 보다.

#경주월드 #중2 #계획 #설득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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