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그립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나는 계획에 없던 ‘무직’이 되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급하게 이직하기보다는 앞으로 내 삶의 방향성을 차분하게 생각해 보고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움직이자고 마음먹었다.
친구랑 근황토크를 하면서 요즘 내 상황은 이러한데 신기하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더니,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굴껍질 까는 일 할 수 있겠어?
‘…………….???????’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라서 할 수 있다, 없다 판단이 되지 않았다.
절실하지가 않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았고만..
‘뭐야, 지는 의사면서!’
왜 이렇게 극단적인 질문을 하는 건데..
‘그러는 넌 의사 가운 벗고 이런 일 할 수 있고?’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했다.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꼭 해야 한다면 굴껍질 까는 일보단 공장에서 일하는 걸 택할 거 같은데…
니가 내 고뇌를 아냐고 되묻고도 싶었지만 그냥 혼자 ‘굴껍질 까는’ 일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었다.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니 변화된 삶을 살고 싶다면 ‘자의식 해체’가 우선 되어야 한다더니…
굴껍데기까지 깔 수 있는 단계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자의식:
자신을 가치 있는 것으로서 의식하는 자의식은 자각(自覺)이다.
참다운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가 놓인 상황 가운데에 적절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 자각의 본뜻이다.
출처: 두산백과 두피디아
친구가 웃자고 던진 얘기에 내 머릿속은 굴껍데기로 가득 찼다. 살면서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토픽을 던져준 친구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계속 굴껍데기를 생각하니까 굴 껍질 까는 일을 하면 얼마를 버는지 궁금해졌다.
이럴 땐 검색이지.
검색으로는 ‘굴 껍질을 까서 버는 돈이 얼마인지’ 표준화된 금액을 알기는 어려웠다.
굴 까기 하루 일당은 15만 원에서 30만 원 선이라고 한다. 일당으로 알려주는 곳도 있고, 깐굴의 양을 금액으로 환산해주기도 한다. 이 경우 최근 시세는 깐굴 1Kg당 3,000원을 준다고 하는 곳이 있다. 어떤 사람이 하루에 50kg의 굴을 까면 굴 까기 일당이 15만 원인 샘이다.
굴 50kg 양이 얼마나 될까?
초보는 하루에 얼마만큼의 굴 껍데기를 갈 수 있으려나..?
굴 깔 때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작업보이랑 장갑 같은 건 일터에서 제공되겠지?
안에 입을 옷이랑 신발, 모자는 각자 준비해야겠지…
굴 까기는 이토록 미지의 세계였어..!
그런데, 굴까기 업계에서 나를 써주기는 할까..?
‘아….. 뭐 하고 살지…?’
#인생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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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해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