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싱글이었던 나에게 회사 동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었다.
Q.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해요?
A. 재미있는 사람이요!
Q. 연예인으로 말하면 누구?
A. 개그맨 OOO이요. 넘 좋아요! 77ㅑ
이렇게 대답하면 99.999% 이런 반응이다.
“진짜요????? OOO이 왜 좋아요…..??”
“너무 재밌어요. 세상에서 OOO님이 제일 웃긴 거 같아요!” :D
“어머……. 특이하다…” (대화 종료)
그렇게 나는 회사 안에서 “저 언니 OOO 좋아한대. 특이하지~”로 소문이 났다.
보통은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사람의 유행어나 주요 출연작, 연애사 등을 소재로 몇 마디 나누다가 화제가 바뀌곤 한다.
연예인은 연예인일 뿐이니까…..
그런데 이 에피소드가 글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때 나와 친했던 동료 한 명이 나에 대해 떠돌던 그 소문을 건져 올렸다는 거다.
“OOO 좋아한다며… 진짜예요???“
나는 늘 개그맨 OOO을 좋아하는 이유를 주변에 진심으로 표현해 왔는데, 그녀만이 OOO에 대한 내 마음의 진정성을 봐준 거 같다.
동료: 혹시 그 분과 소개팅 하실 마음 있어요?
나: 네? 그게 가능해요?
그 동료는 함께 모임을 하는 지인이 개그맨 OOO과 친하니 그분을 통해 소개팅을 의사를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리곤 금세 답이 왔다. 동료가 나에 대해 온갖 칭찬을 해준 모양이다.
“만나보고 싶대요.”
‘어머……!’
그렇게 말도 안 되게(?) TV에서만 보던 연예인과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개그맨들이 집이나 사석에서는 방송처럼 웃기지 않는다더라, 방송이 일이니까 일 끝나면 쉬고 싶겠지, 의외로 조용하다더라.”
이런 말을 꽤 들었었다.
그런데……..
이 분은 소개팅 현장에서도 너무너무너무 재밌는 거다!!!
말 한마디 한마디, 단어 사이의 호흡마저도 개그 같았다. 소개팅 내내 기절할 듯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그날 사진도 여러 장 찍었던데 다시 봐도 이건 ‘찐웃음’이다.
(그런데 첫 만남에 왜 사진을 찍었지? ㅋㅋ)
난 원래도 웃음이 많은 편이지만, 그의 개그는 완벽하게 내 취향이다.
‘웃음사냥꾼’인 그는 웃기려는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1차에서 2차로 장소를 이동할 때도 스케이트를 타듯 움직였고 음식을 주문할 때도 종업원을 웃음으로 무장해제 시켜버렸다.
그렇게 막걸리와 사케와 함께 밤이 깊어갔다.
술 한 모금에 웃음이 열 사발쯤은 터진 거 같다.
그날 이후 우린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