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에 Mar 05. 2024

소개팅에서 이상형을 만났는데…

이상형을 만났거든요? 2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minpark/456


먼저 도착해 있는 소개남에게 인사를 건네며 의자에 앉으려는 찰나에 나는 의자 위치를 잘 못 가늠해 넘어질 뻔했다.

이상형의 남자와 처음 만나는 순간에 몸개그라니;;;ㅜㅜ




예상에 없던 몸개그를 급히 수습하고 마침내 의자에 안착하니 이상형의 남자가 눈앞에 앉아 있다!!!!!!!!!


내가 상상했던 소개남의 모습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공대 출신 너드에 배 나온 대표님’이었는데….?

지금 나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너무나도 내 스타일이잖아!!!!!!!!!!!!!!!!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가 무척 맘에 들었다!!!

떨려서 그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내 시선이 그의 턱과 테이블, 그의 손과 물 잔을 산만하게 오갔다.

내 눈동자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아 내 첫인상;;;‘


그 와중에 후회가 밀려왔다.

‘이쁘게 꾸미고 나올걸…ㅜㅜ’

‘하이웨이스트 스커트에 스틸레도 힐 신고 세련된 핸드백을 들고 왔어야지…..‘

‘머리도 하고 귀걸이도 하고 나올걸…‘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는 내 장점인 허리에서 힙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돋보이게 해 주고, 스틸레토 힐은 다리 라인을 날씬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귀걸이를 하면 더 이뻐 보인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 아니던가?!



뒤늦은 후회로 아득한 상태에서 음식이 나왔다.

나는 여전히 그를 쳐다보지 못한 채 테이블에 시선을 두고 음식을 먹었다. 그가 질문을 하면 고개를 들었지만 그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그에게 들릴 것 만 같아서 더 긴장이 되었다.


평소에는 소개팅에서 내다 대화를 이끌기도 하고 처음 본 사람과도 얘기를 잘하는 편인데…

이상형인 그 앞에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나와 달리 그는 차분하게 나와 아이컨택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했다.


그는 나의 일에 관심을 보였다.

이모한테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들었고, 좋은 일이라고 느꼈단다.

내 일의 가치에 대해 묻는 그에게 답을 하고 보니 마치 면접처럼 느껴졌다. 너무 각 잡고 진지하게 대답했나 싶었는데(으이그;;) 그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만 일어날까요?


‘엇 나는 이 남자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에……‘

이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면서도 그 자리에 그와 함께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그만 일어나자는 그의 말에서 ‘망한 소개팅’이라는 느낌이 확신으로 다가왔다.


깊은 아쉬움을 느끼며 레스토랑을 나왔는데 그가 “카페에 갈까요? 하고 물었다.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좋아요!!!!!”


‘오예~ 그도 나랑 더 얘기해보고 싶은 거잖아!‘ :D

빛이 잘 드는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서인지 부자연스럽던 아까의 내 모습이 벗어지는 거 같았다.

서로의 취미와 좋아하는 것들이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그린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기도 하면서..


대화를 나누며 슬며시 그를 보았다.

그는 전형적인 미남이라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생김새와 목소리, 말투, 그리고 매너까지 갖춘, 나의 이상형의 남자다!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카페에서 나와 그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가 발레파킹 부스로 향하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있는데 행복호르몬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소개팅에서 이상형을 만나다니…..!!!’


그런데…….

설레는 한편 갑가지 이상한 단호함이 올라왔다.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이 만남이 그린라이트가 아닌 거 같아서…..ㅜㅜ

그는 다음 만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나 또한 먼저 애프터를 제안할 용기는 없었다.

그는 몸에 밴 매너로 데려다주려는 거 같은데, 나는 그의 차에 타면 내리기 싫을 거 같았다.


‘캄다운 해야 해!’

겨우겨우 이성이 나를 붙들었다.


저 따로 갈게요.

주차했던 차가 나온 후 그에게 말했다.

그는 몹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요?”

“걸으면서 생각 좀 하고 싶어서요.”

(차이기 전에 먼저 찬다, 뭐 그런 심리였을까;;)

“더운데 걸으신다고요?”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 번 더 물었고, 나는 좀 전과 똑같이 대답했다.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인사하고 헤어져 그와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허무했다.

‘이상형을 만났는데 이렇게 끝난다고…..?’

이럴 거면 영원히 나타나지 말지…ㅜㅜ


‘그 차 안 타길 잘했어.’

힘 빠져서 느릿느릿 걸으면서 상심한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에게선 잘 들어갔냐는 형식적인 카톡도 오지 않았다. ’예상대로 그는 나에게 반하지 않았구나…….‘


늘 그렇듯 친구들과 망한 소개팅 리뷰를 하며 그날의 만남을 곱씹었다. 그가 나에게 반하지 않은 걸 알면서도 자꾸 그 오빠가 생각났다.

처량하누.. ㅜㅜ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도 그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지만…별에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


남자는 마음에 들면 아무리 바빠도 연락한다는 절대 진리를 되뇌며 애써 그를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

.

.

그런데 말입니다!

소개팅 후 10일이 지나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To be continued.


———

이전 글 보기 - 1편

https://brunch.co.kr/@minpark/456


다음 글 보기 - 3편

https://brunch.co.kr/@minpark/465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형이 존재하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