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를 통해 보는 문화공간의 경계 확장
우리 집 앞에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여는 미술관이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전국에 1,500개나 있다면? 저렴한 다양한 굿즈도 판다면? 사실은 다이소를 말하는 거다. 근데 다이소를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바꿔서, 다이소를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을까?
다이소를 가는 대표적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이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많은 연령대가 그냥 구경을 가기도 한다. 저렴한 가격에 내가 필요한 기능을 하는 신박한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꼭 필요한 게 있어서 사러 가기도 하지만 가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이 구경하는 행동에 주목해 보면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예술적 영감 등등을 거론하게 되면 이야기가 복잡해지지만 단순한 어떤 대상을 보고 감상하고 내가 그것에 대한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을 한다는 인간 행동적 관점에서만 보자. 근데 다이소 상품에서 영감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약속시간이 좀 남거나 기다리게 될 경우 이렇게 말한 적이 있을 거다. 다이소에서 기다릴게. 눈치 안 보고 머물면서 구경하다 그냥 나오기도 하는 공간이다. 문화공간이 집과 직장(학교)이 아닌 ‘제3의 공간’으로 일상에서 인간이 머물 수 있는 기능을 지향한다고 할 때 정확히 매치되는 기능이다. 이런 기능은 다이소뿐만 아니라 많은 상업공간들이 하고 있다. 다이소만큼이나 사람들이 많이 들르는 올리브영도 마찬가지이다. 꼭 살게 있어서 가는 거는 아니다. 새로 나온 상품은 뭔가, 요즘 나한테 맞는 화장품은 뭔지 써보기도 하는 일상의 공간이다. 어쩌면 다이소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이 담긴 ‘생활 박물관’, 올리브영은 뷰티에 특화된 ‘현대 미술관’으로 이미 우리 일상에 작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다이소에게 ‘동네문화공간’ 정도의 자격은 인정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핵심은 다이소의 문화공간 자격 논란은 아니다. 문화공간의 지향점과 상업공간의 기능이 굉장히 중첩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콘텐츠(전시, 공연, 도서 등등)를 기반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일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작동하고 싶은 전통적인 문화공간들(미술관, 공연장, 도서관)은 백화점과 경쟁관계에 놓인 지 오래이다. 실제 많은 상업공간에서는 전통적인 문화공간의 기능을 내재하는 경우도 많다.
말했듯이 여기서 중요한 거는 ‘그래서 이거는 문화공간이고 저거는 아니야’가 아니다. 문화공간에 대한 인식을 매우 개방적으로 생각해야 지금 시대 필요한 문화공간,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화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넓게 보고, 넓게 담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 작년, 외국의 어느 도서관 답사를 하다 불현듯, ‘이건 백화점 구조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언젠가 미술관을 구경하다 ’어 여긴 다이소인데’라는 생각이 들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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