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 배운 삶의 지혜 3가지

지금이라도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하며,

by 해리

1 / 진짜 희생은, 잃는 게 아니라 얻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엄마는 늘 우리 집에서 '악역'을 자처하셨다.
20대 때부터 과외와 공부방 일을 해오시던 엄마는, 항상 나랑 동생 옆에 붙어 계셨다. 우리를 많이 챙기셨고, 당연히 그만큼 마찰도 자주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한테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우리랑 싸우는 역할도 늘 엄마 몫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집에서 악역은 나만 맡는 것 같다”며 아빠한테 서운함을 털어놓으시곤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엄마랑 통화하다가, 왜 엄마가 굳이 그런 역할을 감당하려 했는지 그제서야 알게 됐다.

엄마는 평소에 우리랑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혹시 다투더라도 그걸 풀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아빠는 새벽같이 출근해서 저녁에야 집에 오셨기 때문에, 만약 아빠가 우리랑 다투기라도 하면, 그 어색함을 며칠씩 끌고 갈 수도 있었던 거다.


그래서 엄마는 그러셨다.

“아빠랑 보내는 시간만큼은 너희한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했지.

그리고 아빠가 너희한테 ‘좋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했고.”


맞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싫은 소리를 대신해야 했을 거고, 그 역할을 엄마가 기꺼이 맡으셨던 거다.

엄마는 본인의 '좋은 사람' 역할을 내려놓는 대신, 우리 가족의 ‘좋은 관계’를 지켜내셨다.

나는 전엔 희생이란 그냥 뭔가를 ‘잃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알겠다.
진짜 희생은, 정말 소중한 무언갈 ‘얻기 위해’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라는 걸..!




2 / 보이지 않아서 더 깊은 '존중'도 있다.

그리고 엄마가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건, 그 이면에 아빠의 깊은 존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아빠는 우리 교육이나 훈육에 있어서, 엄마의 판단을 항상 믿고 따라주셨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우리를 혼내고 있을 때 아빠가 옆에서 “애들 좀 그만 잡아, 하다 보면 뭐 그럴 수도 있지~” 같은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근데 그런 말 한 마디가, 엄마의 말이 아이들 앞에서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아빠는 그걸 아셨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옆에서, 조용히 엄마의 자리를 지켜주셨다.


내가 자취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19년 동안 아빠는 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엄마를 존중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전에 엄마랑 통화하면서 그걸 새삼 깨달았다.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를 꾸준히 지켜낸다는 게 정말 어려운 건데.. 참..
그래서 그 때, "보이지 않아서 더 깊은 '존중'도 있겠구나,

앞으로는 그런 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을 더 길러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3 / 진짜 힘은, 힘을 '나누는 것'에서 나온다.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모든 크고 작은 결정을 일단 엄마한테 먼저 물어보는 시스템이었다.
예를 들면, 용돈 좀 더 받을 수 있는지.. 친구 집에 놀러 가도 되는지.. 뭐 그런 사소한 일부터, 진로 고민까지.


근데 그 때마다 엄마는 꼭 이 말을 하셨다.
“엄마는 몰라~ 아빠가 괜찮다고 하셔야 엄마도 오케이 해줄 수 있어. 아빠한테 한 번 더 말씀드려봐~”


그래서 우린 자연스럽게 ‘우리집 최고 결정권자는 아빠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엄마를 통해선 ‘아빠한테까지 안 가고 최종 컨펌 받는 기술’을 익혔고,
아빠를 통해선 ‘최종 컨펌을 받아내는 설득 기술’을 배웠다 (^^)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흐름을 만든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가 우리랑 관련된 일들을 아빠랑 꼭 공유하게 만들고, 아빠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고민하고 결정하게끔 집안 구조 자체를 그렇게 설계해두신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걸 본인이 다 정리하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같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구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되게 대단한 거였더라.

힘을 같이 나누고, 같이 책임지는 방식을 만드는 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엄마아빠는, 팀플이 진짜 잘 되는 부부다.
각자 자기 역할이 있었고, 서로를 잘 알았고, 서로를 세워줬다.

그래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부부는 결국, 제일 잘 맞는 원팀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