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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May 05. 2024

인도는 크리켓, 한국은 야구

세계 최대의 크리켓 경기장이 아메다바드에.

“어제 Gujarat Titan 크리켓 경기 봤어? “


 Gujarat Titan은 아메다바드를 연고로 ‘22년 생긴 인도 크리켓 신생 프로팀이었다.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잠시 쉬는 시간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크리켓과 구자라트 타이탄의 경기력에 대한 나름의 후기가 많았다.


 크리켓은 170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스포츠인데, 인도를 포함한 과거 영국의 식민지 국가에 전파되었다. 인도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면 알 수 있는데, 좁은 공간이던 넓은 공간이던 공터만 있으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모여 위켓이라고 불리는 스틱을 세워놓고 크리켓을 즐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보기에는 야구와 비슷하지만 규칙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이 생소한 크리켓의 인도 프로 리그 India Premier League (이하 IPL)가 세계 Big 5 프로 스포츠 리그라면 어떨까?

  경기당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고 가치의 스포츠 리그를 평가하면 1위는 130억 불 규모 미국 슈퍼볼 미식축구 NFL, 그 뒤로 100억 불의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74억 불 미국 농구 NBA가 각각 2위, 3위에 오른다.

 여기까지 하면 슬슬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축구 라리가 혹은 북미아이스하키 NHL이 나와야 정상인데, 의외로 인도 크리켓 리그인 IPL이 63억 불로 4위를 차지하였다. 5위는 53억 불의 영국 EPL이다.


 

중계권료에 대한 경쟁도 어마어마하다. 23년부터 27년까지 중계권료는 총 6조 원 규모로 형성되었으며, 이중 디즈니가 3조 원에 달하는 TV 중계권료를 확보하였다. 경기당 중계권료는 미국 미식축구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이다.

 

 인도는 크리켓을 프로리그로 운영하며 가장 성공한 나라이다. 크리켓 협회 (BCCI)는 인도에서도 정치, 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당연히 크리켓 선수들은 인도인들의 우상이다. 인도 국가대표팀의 주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상징적이고, 많은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크리켓 선수이다. 우리나라 손흥민, 박지성 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크리켓은 빈부격차가 큰 인도에서 국가 통합을 시켜주는 유일한 스포츠이다. 가난한 이들도 열심히 운동하여 크리켓 선수가 되면 많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켓을 특히 좋아하는 직원이었던 라훌이 설명을 덧붙인다.

“크리켓 선수는 인도에서 흑수저가 출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


 ‘22년 여름, 온 동네가 떠들썩해져 먼일인가 했다. 옆집에 사는 인도 친구는 구자라트 타이탄 경기 봤냐고  물어보았고 여기저기 온통 크리켓 얘기뿐이다. 알아보니 신생팀인 Gujarat Titan이 결승전에 올라가 연고지인 아메다바드에 온통 크리켓 열전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평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인데, 경기장에서 직관하기로 크게 마음먹었다. 혹시나 일을 대비하여 가깝게 지낸 인도 친구와 함께 나서기로 했다.


 티켓팅이 시작되자마자 광클 했지만 불과 몇 분 만에 모두 매진되었다. 결국 남은 것 중 가장 저렴했던 12만 원짜리 표를 구해 가까스로 관람할 수 있었는데, 50만 원 ~100만 원을 넘는 표들도 모두 매진이다. 아메다바드 호텔 가격은 10만 원이던 게 50만원으로 오르고, 아메다바드행 비행기는 당일 전후로 2-3배가 올랐다. 공장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 월급이 30만 원 안팎이라고 보면 표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장소는 ‘모디 스타디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크리켓 경기장으로 유명하다. 무려 11만 명이 수용 가능한 세계 최대규모 크리켓 경기장으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 재임 중에 완공되었다. 미국 전 대통령 트럼프가 방문 시 ‘나마스떼 트럼프’ 행사를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주차장 문제로 인근에 차를 세워놓고 500미터 이상 걸어야 했다. 걸어가는 중 수많은 인파와 광적인 응원에 무섭기까지 했다. 볼펜 심까지 제거하는 삼엄한 경계를 뚫고 경기장에 들어가자 다른 세상이 보였다.

 스타디움의 규모와 꽉 차게 들어선 11만 명의 인도 관중들의 함성과 축하 행사, 경기장 상태, 카메라 촬영 기법, 장내 아나운서의 경기 운영 등 모든 것이 이곳이 인도가 맞냐라고 느껴질 정도로 월드클래스 급이었다.    

 한국에서도 프로축구 리그를 많이 관람한 나로서는 한국이 오히려 초라해 보였고, 세계 4번째 가치의 스포츠리그가 맞는구나 하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라자스탄 로얄스와 있었던 결승전은 구자라트 타이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인도인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보니 경기 다 보고 나가면 집에 안전하게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경기 종료 전 빠져나왔다. 경기장

밖도 온통 응원 행렬이었다.


 고객사 가서도 우연히 크리켓 얘기를 꺼내니 30분이 훌쩍 넘어간다. 선수 이름 좀 외워서 다음에 가서 얘기하니 이제 일보다 크리켓 얘기가 우선이다. 크리켓은 고객사와 면담할 때 분위기를 녹일 수 있는 매우 좋은 재료이다.

  국가대항전에서 파키스탄과 만나 경기를 하는 날에는 전국이 반강제로 공휴일이 된다. 21년에 크리켓 월드컵에서 파키스탄에게 수년만에 인도는 패하였는데, 이때 주장이었던 Kholi라는 선수에게 온갖 비난이 가해졌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면 선수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정서로 볼 수 있다.

 과거 파키스탄에 승리한 경기는 마치 우리나라 2002년 월드컵처럼 DVD나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계속 사람들의 주요 대화 소재가 된다고 한다.


 인도의 크리켓은 스포츠 이상이다. 우리네 야구, 축구에 대한 열정과 어쩌면 비교할 수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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