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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May 12. 2024

마냥 구식이 아닌 변화하는 인도

기대 이상의 편리함, 모바일 결제와 배송 서비스

 인도로 부임하기 전 한국에서 잘 안 쓰던 물건인데 다시 주섬주섬 챙겼던 것이 있었다. 지갑이다. 한국에서 지낼 땐 카카O페이나 삼O페이가 워낙에 잘 되어있어서 지갑을 거의 가지고 다닌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결혼 전 아내에게 선물 받았던 지갑을 서랍 안쪽에 넣어둔지는 꽤 되었었다.


 학생 시절, 나는 인도에서 릭샤를 탈 때도 쇼핑을 할 때도 모두 현금을 사용했었다. 그 유명한 인도 상인이나 릭샤 운전수와 터프한 흥정을 마치고 결제를 할 때면 "잔돈이 없는데 어쩌지? “라고 말하며 줘야 할 잔돈도 주지 않았던 인도 사람에 대한  불편한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현금을 위한 지갑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한국이 아닌 인도에서 급여를 받아야 하니 얼른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회사 직원의 도움으로 은행 계좌도 만들고, 신용카드도 만들었다. 요즘은 신용카드 사용이 인도에서도 많이 일반화가 되었지만 길거리 가게에서 양파나 토마토, 바나나 등을 사려면 아직도 현금이 언제나 필요해 보였다.

 소소한 현금이 갑자기 필요할 때 직원에게 잠시 빌린 적도 많았는데, 막상 ATM에 갈 시간이 없어 돈을 못 찾으니 제시간에 갚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참다못한 직원이 답답하다는 얼굴로 얘기한다.


 "그냥 페이티엠으로 보내주세요. 핸드폰으로 바로 보내시면 돼요"


"페이티엠? 그게 먼데?"


"스마트폰으로 돈도 보내고 결제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엄청 편해요. 은행 계좌를 연결해 두시면 돼요"


무언가 하고 직원의 핸드폰을 살펴보니 파란색 예쁜 로고의 페이티엠 애플리케이션이 있었다. 결국 보니 더 진화된 카카O페이로 이해하면 될 거 같았다.


"와, 인도에 이런 게 있네? 신기하네?" 거의 20년 전 일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페이티엠은 인도 정부가 고안한 UPI 시스템을 통해 스마튼폰으로 결제, 송금 등을 할 수 있는 일종에 스마트폰 금융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길거리 과일, 야채 파는 곳, 릭샤부터 호텔에 까지 돈거래가 필요한 곳이라면 인도에 없는 곳이 없었다. 각 상점마다 고유의 QR 코드가 있고 이것을 찍어 비밀번호를 누르면 바로 결제가 된다.



"페이티엠 빠르 투엔티 루피 쁘랍트 후에"

 (페이티엠에 20루피가 입금되었습니다.)


 심지어 QR코드 안내판은 아예 스피커로 만들어졌다. 글을 읽지 못하는 인도인들에게도 입금 사실을 즉시 알려준다. 전기 요금을 납부하거나 영화 티켓을 구매하는 모든 과정도 스마트폰 한 대로 모두 해결되었다.


 이렇다 보니 이제 한국인들끼리도 돈거래를 할 때면 '페이티엠으로 보내!'라고 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얘기가 되었다. 결국 한국에서 가져온 지갑은 인도에서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놀라운 편의성을 주는 서비스는 이것뿐만 아니다. 인도에서는 쇼핑몰 중 아마존의 활약이 제일 큰데, 면적이 크고 물류가 아직 발전되지 않아서 아메다바드로 배송은 3~4일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물류가 발전하고, 풀필먼트 서비스가 강화되어 시간은 점점 단축되고 있다.

 그런데 소위 한국의 배O의 민족 같은 서비스인 스위기나 조마토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제공한다.

 인도에서 제품이나 음식을 스위기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매하고 페이티엠으로 결제하면 15~30분 내 집으로 배송이 된다. 배송료는 한국 돈으로 몇백 원 수준으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채소, 계란, 우유부터 각종 옷, 냉동식품, 심지어 스타벅스 커피도 15~30분 이내로 도착한다. 어플에서는 배달원의 위치도 실시간 공유된다.

 그 덕에 나는 그때그때 채소나 과일을 조금씩 배달시켜 먹는다. 굳이 마트에 갈 필요도 없고, 15분 내 제품을 받을 수 있다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 아무 특급 배송이라 하더라도 하루는 걸리는데 그리고 배송비가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데, 이렇게 큰 인도에서 무슨 일인가?

 스위기가 이러한 빠른 배송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도는 젊은 인구가 많아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어 배달 서비스 회사들이 많은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비교적 저렴한 노동 비용 덕분에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으며, 이는 배달 서비스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배경이다.


 게다가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는 점도 한 몫한다. 예전에는 전화기가 없는 집이 많았는데, 이제 전화기에서 스마트폰으로 건너뛴 인도인들이 많다.  

 2023년 기준으로 인도에는 약 6억 명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있으며, 높은 보급률 덕분에 디지털 서비스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데이터 사용료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데이터 사용료가 저렴해진 배경에는 인도 최대기업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릴라이언스 지오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데이터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데이터 요금은 2016년 12월 분기 기준 GB당 약 160루피(우리 돈 2,600원) 였던 것이 2021년 3월 분기에는 약 10.77루피 (170원)으로 93% 이상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데이터 요금을 자랑하게 되었으며, 이는 국민들의 인터넷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릴라이언스 지오는 무료 통화와 저렴한 데이터 요금을 제공하며 6개월 만에 인도를 세계 최대의 모바일 데이터 소비 국가로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페이티엠과 스위기 같은 디지털 서비스의 확산을 촉진했다.

 

스위기와 같은 혁신 기업은 시장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여 24년 현재 약 127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인도의 디지털 경제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페이티엠과 스위기 같은 서비스는 인도 생활을 하는 한국 사람으로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이었다. 특히, 시골 마을까지 널리 퍼져 있는 페이티엠과 빠른 배달를 제공하는 스위기는 인도의 디지털 혁신을 실감하게 해 줬다.

 

 인도는 마냥 구식은 아니었다. 기대하지 않은 편리성을 인도 국민과 내가 경험하고 있었다. 이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한국인은 오히려 한국보다 인도가 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 과일 가게에서 바나나 몇 개를 집어 들고 페이티엠으로 결제를 하고 있는데 마침 뒤로 소떼가 지나가고 있었다. 예전에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지역이 인도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이 점점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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