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큼 좋은 아메다바드
아파트 같은 단지에서 우연히 친해진 친구와 첫 만남에서 들었던 얘기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처럼 좋은 곳에 지내다가 인도에서 어떻게 살 거냐라고 묻는다. 본인 나라에 대해 약간 깎아내리는 것 같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는데, 그 친구는 한국 여행도 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을 치켜세우면서 나를 배려한 대답이었던 것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끔 델리에서 주재원 회의를 할 때면 "아이고, 힘든 곳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냐?"라는 단골 질문을 받기 일쑤다. 저녁에 맛있는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언제나 아메다바드에서 온 나에게 제일 맛있는 음식 접시가 놓아지면서 "아메다바드에서 오신 분들은 오늘 많이 드세요!"라고 특별 대우를 받기도 한다. 다들 아메다바드는 열악하고 힘든 곳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겪어본 아메다바드는 그렇지 않다. 찾아보면 즐길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평일 퇴근 후에는 클레이 코드에서 테니스를 즐기고, 주말에는 지인들과골프를 친다. 더운 여름에는 아파트 단지 내 잘 조성되어 있는 야외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즐긴다. 아이들은 축구 클럽, 승마를 즐기고, 아내는 필라테스와 요가를 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빡빡한 한국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없는 일이다.
골프는 생각보다 수준급이다. 아메다바드는 골프 천국은 아니지만 Golf-Friendly 지역은 확실하다. 아메다바드 근처에 금방 갈 수 있는 골프장이 4~5개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라운딩비가 비싼 골프장이 카트 포함 주말 기준 3,000~5,500루피 수준으로 한국 돈으로 45천원~90천원이다. 그것마저도 주중이면 저렴한 곳은 30천원에 칠 수 있는 곳도 있다.
가격이 싸다고 마냥 서비스나 환경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일부 골프장은 골프 카트가 필드 안으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도 있다. 연습장 또한 한국에서 흔히 잘 볼 수 없는 아웃도어 필드 연습장으로 풍경만으로는 미국에 온 거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마저도 우리 한국인들은 대부분 무료로 라운딩을 한다. 보통 인도에서 일을 하면 신용카드를 만드는데 인도 대형 은행에서 발급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활용하면 일주일에 한 번 무료로 칠 수 있다. 연 회비는 매주 필드를 나간다고 하면 3개월~6개월 내에 모두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다. 100% 무료인
셈이다.
골프 코스는 대부분 넓은 평지에 만들어져 인도 Best Golf Course 로도 많이 꼽히기도 하였다. KBG, Glade One, Belvedre, Kensville 등은 아메다바드를 대표하는 골프 클럽으로 토너먼트 경기도 많이 열린다. 하지만 금주의 도시로 시원하게 맥주 한잔 못한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건 정말 특권이다.
인도에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테니스를 배운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인도에서 테니스는 크리켓과 더불어 매우 인기 있는 종목이다.
인도가 테니스 강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 복식 1위 남자 선수는 인도의 보파나 선수이고, 여자 복식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인도의 미르자 선수는 인도에서는 최고의 스타이다.
아메다바드에는 참 많은 테니스장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주로 상가 건물이나 교외로 나가야 하는데, 인도는 땅이 넓어서 그런지 시내 중간 여기저기에도 테니스장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인건비가 저렴하여 관리가 필요한 클레이 코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테니스를 매일매일 치면서 정말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30분만 뛰어도 온몸에 땀이 흠뻑 젖게 되고 숨이 턱밑까지 차 올라오는데 직장인이 된 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다.
여기서는 1:1 강습이 주로 이어지고 게임도 하는데 주 6일 1시간~1시간 30분씩 개인 강습을 비용은 한 달에 15~16만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공을 주워주는 전용 Ball Picker가 있어 공을 줍는 수고로움도 이곳에서는 없다. 한국에 실내 상가 코트장의 강습 비용을 봤는데, 한 달에 4회 강습에 20만 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화들짝 놀랐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테니스는 인도에 와서 만나게 된 가장 소중한 스포츠다.
보통 주재원이나 한국인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는 중상급 이상이어 헬스장이나 수영장 시설이 잘 되어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관리가 잘 되는 편이고 특히 수영장은 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파트 단지 내에 수영장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다. 여름이면 밤이 되어도 물 온도가 차갑지 않아 심야 수영도 즐길 수 있다. 개인 강사를 불러서 내가 맞는 시간에 언제든지 수영 강습도 받을 수 있다. 아이들도 이곳에서 가장 많이 좋아했던 것이 수영이었다. 옷만 갈아입고도 언제든지 수영할 수 있고, 말은 통하지 않아도 인도 친구들이 항상 그곳에 있으니 심심할 틈이 없다.
한국에서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으로 이렇게 높은 빈도수로 쉽게 즐길 수 없는 것들이 인도에서는 너무 쉽게 즐길 수 있다. 요가, 필라테스, 배드민턴, 승마 등등 시설은 한국에 비하면 조금은 실망스럽지만 조금만 눈을 낮추면 즐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한국에서는 삶이 타이트하고 바쁜 일상의 연속이어 한국을 가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치만 언제나 인도에 있을때 인도의 삶에 집중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