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이웃은 빌런인가
"여기 여기~~~!!!!"
"아니 뒤로 뒤로 더더~!!!!"
토요일 점심 이후 오랜만에 집중이 잘 돼서 그간 밀린 ai 공부를 하며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반쯤 열어놓은 거실창문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그래도 나의 머릿속은 여전히 공부 중인 컴퓨터 안의 내용에 빠져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저 시끄러운 소리에 주의를 빼앗겼다.
'드디어 이사 오는 날인 모양이네.'
지난달부터 거의 한 달가량 아랫집 인테리어가 시작되었다. 인테리어로 인해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변 집에 사인을 받으러 왔길래 해주었고, 아마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지, 꽤 오랫동안 시끄러웠다. 하지만, 내가 이사 올 때도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그때에도 소음 때문에 양해를 구했기에 이런 소음은 참으면 된다.
내 관심은 과연 밑에 집이 이사를 나가고 새로운 집이 들어오느냐...이다.
그간 안방 화장실에 주말 오전이면 아래에서 올라온 담배냄새로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다.
과연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무식한 빌런은 아랫집인가, 아니면 더 아랫집에서 핀 담배 연기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건가..?
관리실에서는 아침마다 주차와 담배연기에 관한 안내방송을 매일 하기 때문에 내가 관리실에 문제를 얘기해도 딱히 달라질 것은 없어 보였다. 내가 직접 아랫집에 가서 얘기를 해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요즘처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그런 모험은 접었고, 그냥 쉬는 날은 아예 새벽부터 환풍기를 틀어놓고 지냈다 (평일에도 담배를 피우는 날이 있었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속절없이 간접흡연에 노출되었다는 생각에 정말 분노가 치솟는다).
인테리어 기간 동안 한두 번을 제외하곤 담배연기가 안 올라오는 것으로 봐서, 인테리어 하는 분들 중에 한두 번 담배를 피웠다는 가정하에 범인은 아랫집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담배연기의 범인이 아랫집이었다면, 제발 오늘 이사 오는 집은 비흡연자 가족이길, 그리고 상식인? 이길 간절히 기도한다.
<일주일 후>
위에 글을 쓴 지 딱 일주일이 지났는데, 나의 기도는 통하지 않았다.
담배 냄새는 여전히 올라온다 (새로운 이웃도 흡연자?)
거기에 더해, 없던 소음이 시작되었다.
그간 발쿵 소음은 없었는데, 종종 쿵쿵 걷는 소리가 들리고..(윗집은 100% 아님)
어제 토요일 밤,
쥬라기 공원에서 웅덩이에 고인 물에 파문이 이는 것을 보고 공룡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는 흥분된 장면처럼, 나도 멀리서 쿵쿵 울리는 소리를 온몸으로 감지하고 가만히 티브이 소리를 줄였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지만, 스테레오 시스템이 고급인지, 음악소리인지, 기타 소리인지 주기적인 파동과 소리가 내가 있는 거실까지 느껴졌다.
나는 요즘 마음수행? 중인지라 심호흡을 하고.....
티브이 볼륨을 더 높여 둥둥 울리는 소리를 눌러보았다.
하지만, 이미 내 신경망에 걸린 소음을 내 머리에서 없애긴 아직 수행부족이었다.
아랫집인가 윗집인가? 아랫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 온 후에 일어난 일인지라 아무래도 아랫집이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새벽 2시까지 음악소리는 계속되었다!!
침대에 누워 부글 올라오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월요일에 관리실에 전화하기로 결심하다 잠이 들었다.
지금은 벌써 일요일이 끝나가는 밤.
다행히 조용하다. 이 고요가 계속되어야 할 텐데.. 제발 어제만 잠깐 상식 없는 빌런의 모습이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