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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우아빠 Jul 29. 2021

8.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까지

처우, 복지, 회사의 성장...

힘겹게 결혼하고 난 후 잉꼬부부처럼 마냥 행복하게 살 줄 알았지만 당연히 부부 간에 다툼은 있게 마련이었고, 우리 부부에게 닥친 시련은 저녁식사 메뉴 때문에 시작되었다. 신혼 초 아내가 뭔가를 차려주기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고, 아내도 처가에서 조달한 반찬 위주로 식단을 꾸렸는지라 별다른 불만도 없었지만 그날따라 대학 시절 분식집에서 사먹던 그 김치볶음밥이 무척 먹고 싶었던 것이다. 아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며 흔쾌히 만들어주겠다고 했고, 주방에서 칼질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왔다. 칭찬을 기대하는 눈빛을 내게 던지며 아내가 식탁에 턱하니 올려놓은 요리를 보니 잘 볶은 밥 속에는 배추김치가 아닌 깍두기가 버무러져 있었다. 곧이어 김치볶음밥에서 김치의 정의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오갔고, 6평 남짓 원룸에서 방도 따로 쓰지 못한 채 주방쪽은 내가, 침대쪽은 아내가 차지하며 2시간 남짓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김치볶음밥과 깍두기볶음밥의 차이>


오랫동안 사귀다가 결혼한 부부 간에도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하물며 직원과 경영자가 서로에게 느끼는 생각의 간극은 정말 큰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사실 창업 초기부터 직원에 대한 동기부여 즉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근무하는 것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도록 할 것인지는 내게 가장 큰 도전과제이자 관심사였다.  회사를 다녀보면서 내가 싫어했던 것들은 직원에게 절대 시키지 않겠다는 기조 하에 경영을 시작했지만, 그것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고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처우였다. 창업 초기에는 제약회사, 상장 바이오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소요되는 연구개발비,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직원들의 처우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Series A, B 투자유치를 거치면서 자금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핵심인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는 회사에서 정해진 연봉테이블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인력의 현재 연봉에 대한 인상, 그리고 추가적인 처우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우 만으로는 동기 부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인센티브나 상여금을 주더라도 1회성일 뿐이고 나중에는 당연히 받아야 할 급여의 일부라고 받아들일 것이 뻔했다. 창업 후 2년여가 지나면서 몇몇 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왜 연말 상여금이 없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내 귀에도 들려왔다. 그 시점에 창업 후 처음으로 임직원에게 전체메일을 보냈다. 명분 없는 상여금은 앞으로도 계속 없을 것이고 다만 회사가 계속 발전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면 직급의 구분없이 공평하게 성과급을 배분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부여한 스톡옵션이 큰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회사의 가치를 계속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직원의 동기부여에 있어 금전적 처우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물론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기업 문화 등 다른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상태라면 말이다. 며칠전 한 직원이 내 옆자리에 와서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정부의 벤처 지원사업 중에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이 있는데 2년이나 3년간 회사와 정부가 매칭을 해서 일정 규모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취지이다. 일부 직원이 이러한 청년내일채움공제 기간이 다 끝나가는데 혹시 그 이후에 그 직원이 퇴사나 이직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걱정어린 질문이었다. 나는 당연히 그 직원을 강제로 잡아둘 수는 없을테고, 굳이 다른 경쟁회사로 옮기는 것 보다는 우리 회사에 남아 있는 편이 훨씬 유리하고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되도록 만들 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가 연구개발 측면이든, 사업성과 측면이든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해야 하고 바이오업계 내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주도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문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초창기부터 모든 임직원이 노력하고 참여하면서 우리 회사는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왔고 임원에게 직원이나 연구원이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거나, 연구 환경이나 복지에 대한 제안을 바로바로 하는 등 인간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왔다. 이러한 문화가 다양한 복지제도와 시너지를 이루면 자신이 해야 할 업무 외적인 요소에 마음 쓰지 않고 오롯이 성과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평적 문화가 단순히 서로간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는 등 제도적인 방식으로 쉽게 구축될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오직 경영자와 부문장 들이 솔선수범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일 때에만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 동기부여 방안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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