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코로나 이전의 나는 한 해에 6번 정도의 해외여행을 하고 국내는 수도 없이 다녔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코로나라는 변수로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처음엔 몸이 근질거렸지만 나만 못 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괜찮았고 덕분에 주머니 사정도 조금 나아졌었다.
자영업을 시작하고 휴가를 내는 것이 어려워지니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나의 여행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고 한참을 못 가니 여행을 계획하는 재미도 없어지고 기대감도 떨어졌다. 여행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 피곤함으로 느껴졌다.
2주 전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은 현실감각이 없어지고 착한 일 한 사람들만 올 수 있는 천국 같은 느낌이었다. 바닷물 색은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거짓말 같이 파랗고 구름도 누군가 그려놓은 듯 낮게 떠있는 곳이었다. 일정이 없는 것이 일정이었지만 하늘과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그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깝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낮동안은 바다색과 하늘이 즐거움을 주었다면 밤에는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거짓말같이 별이 쏟아졌다. 별자리를 찾아보며 무슨 별자리인지 맞추는 것이 몰디브의 일정이었다.
그렇게 여행은 끝났고 천국에서 현실로 다시 나왔지만 현실과 너무 큰 차이로 현실세계에 복귀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몰디브에 대한 미련도 없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뿐더러 누군가 신혼여행이 어땠느냐 물어보면 '정말 좋더라.' 이 한마디가 끝이었다.
그 순간의 풍경을 눈에 담았고 순간순간 먹는 음식과 술에 즐거움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일정은 겨우 일주일간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여행이었다.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니 내가 이렇게 여행하는걸 안 좋아했었나 아니면 몰디브가 크게 감흥이 없던 걸까 생각해 봐도 절대로 그런 건 아니었다. 아무튼 나는 현실세계로의 복귀는 한국 도착과 동시에 끝났다.
그런데 새로 생긴 나의 가족은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자주 가지도 않았던 사람이었지만 오히려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또 가고 싶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그랬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여행을 상상하며 설레고 즐겁고 행복했었다. 그 기분을 놓고 싶지 않아 여행복귀와 동시에 다음 여행을 계획했었다.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며 최대로 느낄 수 있는 것과 빠른 현실세계로 복귀하는 것.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느 순간 여행의 설렘이 사라졌고 그 순간의 행복함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으려나. 둘 다 경험해 보니 일단은 빠른 현실세계로의 복귀는 좋은 점인 듯하다.
몰디브글에 모히또가 빠지면 섭섭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