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했던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카페의 사장이 되어있을 줄도 몰랐고 결혼을 할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코로나가 잠잠 해져갈 때쯤 퇴사를 했고 비혼은 아니었지만 결혼은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퇴직금과 모은 돈을 털어가며 호기롭게 카페를 차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번아웃이 온 그때 회사를 잘못 둔 게 잘못되었을까. 아니면 카페를 시작한 것이 잘못되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결혼이 문제일까. 이미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깨가 무거워지니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혼자서는 적당히 유지해 가며 버틸 수 있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책임감이 생기고 무거운 짐을 안겨주기 싫은 생각이 들었다. 장거리 주말 부부의 주말은 너무 소중하지만 평일 5일을 합친 매출보다 일요일 하루의 매출이 더 높으니 주말을 포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모든 경조사는 주말에 있고 서울에서 창원을 다녀오면 주말이 통으로 날아가버린다.
주말마다 서울을 올라왔다가 막차를 타고 내려가는 신랑을 보니 새삼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운영 중이지만 어쩔 수 없이 카페 폐업을 결정했다. 참 힘든 시기에 나에게는 좋지 않은 조건으로 가게를 내놨다.
마음이 불안해져 이곳저곳 이력서도 넣어보고 인터넷으로 가게자리도 알아보고 있지만 대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결혼했는데 회사를 왜 그만둬? 라고 생각했던 내가 처한 현실은 3년간의 카페운영 기간 동안의 경력단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