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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Aug 24. 2024

노산일기

꽉 채운 40 세하고도 2달.

나이를 잊은 채 살고 있지만 초음파 사진을 받아보니 왼쪽 윗부분에 조그맣게 40y2m라고 쓰여있었다.


결혼한 지 두 달 되기도 전에 아기천사가 찾아왔고 삼 주 뒤에 잘 보내주었다.

임신 초기의 유산은 염색체 이상이라고 하지만 내 탓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제일 먼저 나이 탓인 것 같았고 운동도 하지 않고 방치된 삶을 살아온 나는 엄마의 자격이 있을까 하는 자책을 하게 됐다. 나이가 많은 탓에 자연 임신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하고 있었지만 어찌 됐던 임신테스트기의 두줄을 확인하며 약간의 안도감도 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고 덤덤하게 보내주고 마치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처럼 맥주 한잔 들이켜고 나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행복했던 3주였어’라고 말하던 신랑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 눈물이 터졌다. 한참을 울고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처음과 같은 증상이 찾아왔다.

처음 느껴본 복부통증이 똑같이 느껴졌고 증상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테스트기를 해본 어느 날, 이번에도 두줄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저녁으로 테스트기를 해보던 이주가 지나고 산부인과를 찾았다.

담당선생님의 놀라는 표정과 함께 ’ 이렇게 빨리 오실 줄 몰랐어요.‘라는 말과 ’ 저희도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 몰랐어요 ㅎㅎ‘라는 대화를 주고받고 피검사를 하게 됐다.

처음 피검사 때는 수치가 47로 극극 초기였는데 이번엔 533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가 나왔다.


그리고 오늘자로 5주 4일.

아기집이 생기고 있는 것을 초음파로 확인했고 가방에는 임산부 배지가 달려있으며 당당하게 임산부 주차구역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상선수치가 너무 높아 유산의 위험이 있는 수치까지 올랐다. 그 정도의 수치면 임신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약을 먹어야 한단다. 


이번 아기는 잘 버텨줄 수 있을까. 내 일기는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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