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나를 조종하고 있는 걸까.
그제 저녁엔 집에 도착하니 씻는 것조차 힘들어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씻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그대로 소파에서 잠이 든 채 아침에 일어나 몸을 일으켜 남편 얼굴을 보며 아기 나중에 낳으면 안 돼?로 시작해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몸이 너무 힘들다. 라며 30분을 엉엉 울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심장이 뛰지 않기를.. 생각했다.
그것 역시도 나와 우리 가족의 운명일 것이라 생각하고 제발 다음에 기회를 주면 안 되겠니 하는 바람이었다.
약 2주 만에 병원 가는 길에도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에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내가 준비되었을 땐 찾아와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게가 정리가 되지도 않았고 주말부부인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로 아빠 들어오시라는 소리와 함께 '쿵쾅쿵쾅' 하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아기는 크기도 좋고 건강할 거라고 한다.
지난번 유산을 겪어서 태명을 지어주지 않았고 덕분에 아이는 아직 '무명'이다.
며칠 힘들다고 울면서 다음을 기약했던 내가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마음에 눈물이 터졌다.
또 몸과 마음이 힘들다고 좋지 않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것 역시 우리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